유럽 에너지난에 피 보는 개도국들…우크라 전쟁 연쇄 충격

입력 2022-11-0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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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 유럽, 개도국과의 수입 경쟁서 가격 우위
인도·파키스탄·태국 등 LNG 구매 시도 실패
개도국, 자국 경기침체·강달러 이어 새 악재
선진국도 대러 제재 약화·기후변화 심화 등 역풍 직면

▲인도 뉴델리의 한 압축천연가스(CNS) 충전소에 삼륜차 택시들이 가스 충전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델리(인도)/신화뉴시스
▲인도 뉴델리의 한 압축천연가스(CNS) 충전소에 삼륜차 택시들이 가스 충전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델리(인도)/신화뉴시스
에너지난에 직면한 유럽이 공격적으로 원유와 천연가스를 사들이면서 세계 개발도상국들의 겨울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개도국들이 계속 에너지 수입 경쟁에서 뒤처지면 전력 부족과 그로 인한 공장 폐쇄, 사회 불안이 겹치면서 국가적 혼란이 앞으로 10년간 이어질 수 있다고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경고했다.

사울 카보닉 크레디트스위스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유럽 에너지 위기가 개도국들의 에너지 빈곤을 주도하고 있다”며 “유럽이 다른 나라가 사용해야 할 가스를 빨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대 에너지 공급처인 러시아와 단절한 유럽이 다른 공급처로 눈을 돌리면서 개도국들과 경쟁하게 된 탓이다.

‘큰손’ 유럽의 등판에 현물시장 가격이 오르면서 공급업체들은 개도국과의 계약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인도는 2025년 선적분 장기계약에 실패했고, 파키스탄은 지난달 여러 차례의 단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시도에 실패하고 나서 내년부터 시작되는 6년 계약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방글라데시와 태국은 카타르와 미국이 2026년 전에 선적할 대규모 LNG 수출 계약 입찰을 사실상 포기했다. 일부 남아시아 공급업체들은 오래전부터 예정된 납품 계약도 취소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1~7월 아시아 신흥국들의 천연가스 수요 증가율이 확연히 줄었다.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다. 태국의 경우 해당 기간 천연가스 수요가 12%나 줄었다.

라그하브 마투르 우드맥킨지 애널리스트는 “공급업체가 저가 거래에 집착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며 “계획된 선적을 취소해 발생하는 위약금도 문제 없다. 이를 감당할만한 수입을 현물시장에서 벌어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키스탄, 인도, 방글라데시, 필리핀 같은 개도국이 장기 에너지 공급 계약을 확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신흥국보다 몇 배나 큰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유럽 국가들은 구매 입찰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동시에 미국의 고강도 긴축으로 인한 달러 강세가 개도국의 수입 경쟁력을 더 떨어트리고 있다. 빚을 갚거나 연료를 사야 하는 개도국에 강달러는 악재이기 때문이다.

LNG 공급업체들은 개도국들이 장기계약을 체결하고 나서 향후 디폴트(채무불이행)로 비용을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도 개도국들을 고통스럽게 한 대가를 치를 위기에 놓였다. 유럽과의 경쟁에서 밀린 개도국들은 러시아와의 거래에 손을 뻗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러시아는 현물시장에서 배제된 파키스탄, 인도 등의 국가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중국도 전반적인 LNG 수입은 줄였지만, 러시아로부터의 수입은 늘리는 추세다. 그만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개도국들이 값싼 화석연료에 눈을 돌리면서 기후변화 대응을 약화시키고 있다. 니르마라 시타라만 인도 재무장관은 지난달 “천연가스 수입이 우리의 분수에 맞지 않는다면 기본적인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석탄 발전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투르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다시 균형을 맞추려면 4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여전히 유럽은 지금도 에너지 수입을 확대하기 위해 LNG 수입 터미널 건설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블룸버그는 유럽의 천연가스 수요가 2026년까지 60% 급증할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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