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채권형 펀드, 3달 연속 순유출…“아시아 투자 수요 부진 지속”

입력 2022-11-0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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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자금 유출 이어져
3개월 간 300억 달러 유출...연말까지 800억 전망
“신흥국 주도의 부실 채권 슈퍼 사이클 나타날 가능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상승 여파로 펀더멘털이 취약한 신흥국 채권형 펀드에서 자금 이탈이 지속하고 있다. 강달러에 따른 통화 가치 하락 폭 확대에 이어 과도한 달러화 부채가 이들 국가를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내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주(10월 27일~11월 2일) 신흥국 채권형 펀드에는 약 38억 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8월 18~24일(-8억 달러) 이후 11주 연속 순유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8월 11~17일(7억 달러)을 마지막으로 신흥국 채권펀드 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들어온 자금보다 많았다는 뜻이다. 이 기간 약 300억 달러 규모가 신흥국에서 이탈했다.

올해 신흥국 시장의 자본 유출은 이례적 수준이다. JP모건은 투자자들이 올 연말까지 신흥국 시장에서 채권형 펀드 자금을 약 800억 달러 빼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올해 초부터 투자자들이 신흥국 시장에서 빼낸 자금은 현재까지 약 7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JP모건이 해당 수치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최대 유출 폭이다.

주요국들의 경제 변동에 취약한 신흥국들이 위기로 내몰리면서 채권형 펀드 자금 유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국을 중심으로 최근 주요국들의 긴축이 강달러를 유발하면서 신흥국 자산시장에서 자본이 유출되고 있는 셈이다. 금리 상승세도 채권형 펀드 자금 유출 요인이다.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값이 떨어져 채권형 펀드에서 자금을 빠지는 흐름이다.

실제로 브라질, 멕시코 등 일부 원자재 가격 상승 수혜국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신흥국은 큰 폭의 통화가치 하락을 경험 중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CE)는 다수 신흥국이 9월 중에만 2~6%의 통화가치 하락을 경험했다고 분석했다. 분석 결과 19개 신흥국 가운데 한국은 18% 하락률로 아르헨티나, 터키, 헝가리, 폴란드에 이어 5번째 높은 하락률을 보였다.

연말까지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로 신흥국들의 채권펀드 순유출 규모는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연준의 긴축 사이클이 아직 정점을 지나지 않았고, 선진국과의 금리 격차가 축소되면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인 맨 그룹은 “2008년과 달리 신흥국 주도의 부실 채권 슈퍼 사이클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라고 내다봤다.

연준은 최근 4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해 최종 기준금리 상단이 4%까지 올랐다. 올해 말 미국의 예상 기준금리는 4.5%, 내년 말엔 5%까지 오를 전망이다. 우리로서는 오는 24일 사상 첫 2연속 빅스텝에 나서도 차이가 크게는 1.25%포인트에 이른다. 싱가포르 DBS 은행은 "미 최종 정책금리 수준 전망이 상향 조정되면서 아시아 투자 수요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며 "당분간 달러채 리파이낸싱 리스크도 증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도 자금 유출은 확산하고 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는 약 3조9868억 원이 순유출됐다. 이는 2020년 3월 이후 월별 기준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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