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무후무한 건설업계 위기상황 속에서 중견 건설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재벌계열 대형 건설사들의 경우 자금사정도 탄탄한데다 일감도 그룹사 일만으로도 충분한 만큼 별다른 불황 증후군이 나타나지 않지만 가진 것이라곤 건설사 하나뿐인 중견 건설사들은 그야말로 위기를 타는 강도도 더욱 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견 건설사들이 위기를 넘는 방안 중 하나로 선택한 것은 바로 전문경영인의 영입이다. 오랫동안 회사를 이끈 오너 출신 대표들은 연배상 '시대감각'에 뒤떨어질 수 밖에 없다. 주로 주택시장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중견 건설사들은 80년대 초반 출범한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들의 오너들은 대부분 60대를 넘겨 70대를 넘나드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만큼 50~60대인 젊은 전문경영인의 수혈은 2000년 이후 급속히 변화한 건설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중견 건설사들은 전문경영인 체제가 터부시 되는 경향이 있었다. 자영업의 연장선상에서 주인이 없으면 경영이 방만해진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IMF 당시 부도 중견 기업들 대부분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실시하며 방만한 경영을 해왔다는 언론 보도가 나간 다음 이 같은 '금기사항'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 우리나라 건설역사도 60주년을 맞은 만큼 건설업에 대한 노하우가 충분히 형성 돼 더이상 주먹구구식 건설 경영이 통하지 않는데다 '큰물' 출신인 대형 건설사 출신 대표들의 역량이 절실히 필요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너 중심의 경영체제는 선택과 집행 시기가 늦춰지는 경향이 있고, 안전 위주의 경영으로 '때'를 놓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오랜 기간 오너 중심의 경영체계를 유지하던 중견 건설사들이 하나 둘 경영 방식을 바꾸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이들 전문경영인들의 위상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과거의 경우 전문경영인이 CEO로 선임돼도 실질적 경영은 오너인 '회장'이 하는 경우가 많아 '바지사장'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나올 정도였지만 요즘의 전문 경영인은 회장을 대신하는 CEO라는 위상이 탄탄하다.
오히려 오너들은 회사 출입 자체를 자제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출입 만으로도 경영진이 소신대로 경영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염려로 스스로 조심하고 있는 것이다.
한 중견건설업체 관계자는 "회장님은 사실상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회장님 자신이 집무실에 있는 것 만으로 사장님이 불편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아예 회사 출입을 삼가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직도 중견 건설사들은 오너 경영체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학출신 친족을 중심으로 경영권이 일임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견 건설사들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다는 것 자체가 건설업 선진화의 한 과정"이라며 "이 같은 추세는 점차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