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이 이튿날 취객 구조에 나섰다가 취객의 폭행으로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9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당시 출동했던 경기 고양소방서 119 구급대원 2명이 참사 이틀 뒤인 1일, 현장 구조를 위해 출동했다가 만취한 한 육군 부대 부사관 30대 A 씨에게 폭행당했다.
‘숨을 쉬기가 힘들다’는 119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원들이 고양시의 한 아파트 현관문 앞에 쓰러져 있던 육군 부사관 A 씨를 발견, 응급처치에 나서자 A 씨는 욕설과 함께 119구급대원들을 마구 때렸다.
이 중 한 구급대원은 폭행을 피하려다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어 최소 1년은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소방청은 이태원 참사 당시 대응 3단계를 발령해 전국 소방차를 사고 현장으로 집결시켰는데, 당시 이 구급대원도 경기 고양소방서 소속으로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출동해 환자 병원 이송 업무를 하다가 A 씨 신고현장에 간 것이었다.
A 씨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개인 신병과 관련된 일로 상심해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당국은 조사가 끝나는 대로 A 씨를 군사 경찰에 넘길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김주형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장은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 집중’에 출연해 “이태원 출동했던 대원이 이송을 마무리하고 하루 정도 쉬어야 하는데 쉬지도 못하고 폭행을 당해서, 우리 직원들의 마음 상태를 알 수 있는 트라우마센터가 꼭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