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이창용 한은 총재 한은-경제학회 국제컨퍼런스 개회사

입력 2022-11-1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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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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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 귀빈 여러분!

2022년도 한국은행-한국경제학회 국제컨퍼런스(BOK-KEA International Conference)에 참석하신 여러분 모두를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한국은행은 한국경제학회와 함께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하게 된 점을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먼저 한국경제학회장이신 이종화 교수님, 사회를 맡아 주실 유혜미 교수님을 비롯하여 해외에서 참여해 주신 James Morley 교수님, Wong Chan Yuan 교수님, Joshua Aizenman 교수님, Yiping Huang 교수님, Robert Subbaraman 수석이코노미스트께 감사 말씀 드립니다. 이 외에도 각 세션에 참여해 주실 사회자, 발표자, 토론자 및 여타 참석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금번 컨퍼런스 주제는 “팬데믹 이후 한국경제의 도전과제”(The Challenges of Korean Economy after Covid-19: Growth and Stability)입니다. 제가 만약 작년에 이 주제를 접했더라면 토론 과제로 우리 경제의 장기이슈를 떠올렸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저출산·고령화 문제라던가 한국경제의 저성장기조(secular stagnation) 진입 가능성, 연금 및 노동시장 개혁, 미·중간 긴장 심화에 따른 경제적·지정학적 분절화(economic and geopolitical fragmentation)의 영향 등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제가 한국은행 총재에 취임한 지난 4월을 전후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황이 빠르게 악화되었으며 이에 따라 현재는 고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러 주요 중앙은행들과 마찬가지로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과 관련하여 한국은행의 전망은 체계적인 오차를 나타내었습니다. 저는 다음의 두 가지를 오차의 주요 원인으로 생각합니다. 첫째, 올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로 에너지가격이 예상치 못하게 상승한 점입니다. 두 번째로는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하반기 이후 원화가치 절하와 에너지가격 추가적 상승이라는 두가지 요인이 결합된 점입니다.

한국 경제는 전체 수입의 약 25%를 차지할 정도로 에너지 소비에 있어서 수입에의 의존도가 높습니다. 금년 1월 3.6%에서 7월 6.3%로 상승한 인플레이션의 절반 정도가 에너지가격 급증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비록 하반기에 에너지가격이 어느 정도 하락하였지만 에너지 수입가격의 책정이 주로 미달러화로 이루어지므로 동 기간 진행된 원화가치 절하가 에너지가격을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도록 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원유 및 가스가격은 정치적 사건 등에 상당한 영향을 받음에 따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비록 사전에 미국의 통화긴축과 달러강세를 예상하긴 하였으나 9월 FOMC에서 제시된 연준 정책금리의 점도표상 경로는 기존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와 함께 주요 중앙은행 중 일본과 중국이 예외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원화의 달러화 대비 평가절하폭을 확대시키는 데 기여하였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인플레이션과 환율이 비교적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도 연준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긴축적 통화기조를 유지함으로써 물가안정기조를 공고히 하고 인플레이션 수준을 낮추는 것은 여전히 한국은행의 우선과제입니다. 한편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빨랐기 때문에 경제의 다양한 부문에서 느끼는 경제적 압박의 강도(stress)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금융안정 유지, 특히 비은행부문에서의 금융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은행 예금금리가 빠르게 상승함에 따라 비은행부문에서 은행부문으로 자금이동 현상이 관측되고 있습니다. 고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의 긴축 하에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이러한 자금흐름을 비은행부문으로 어떻게 환류시킬 것인가는 한국은행이 당면한 또 하나의 정책적 이슈입니다.

이제 한국경제가 당면한 장기적 과제로 돌아가 보면, 저로서는 경제적·지정학적 분절화의 위험이 가장 큰 관심사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사실 한국경제가 직면한 단기적인 도전과제이기도 합니다. 미-중간 긴장심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양상의 추가적 악화는 국제금융 및 무역의 분절화(financial and trade fragmentation)를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글로벌 경제성장과 무역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는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경제의 장기 성장을 억제하는 구조적 역풍(headwind)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경제·정치적 차원에서의 글로벌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다고 하겠습니다. 국제적 리더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들은 공조(collaboration)와 협력적 경쟁(cooperative competion) 관계를 증진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분절화로 인한 무역과 글로벌 성장의 약화는 모든 국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지난 20년간 중국과의 무역확대로 인한 혜택으로 한국경제는 고통스러운 구조개혁을 지연시킬 수 있었습니만 이제 더 이상의 그런 여유(luxury)는 없습니다. 한국경제는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일부 산업에 치중된 산업구조를 개선하는 등 보다 균형있고 공정한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팬데믹 이후 한국경제는 가속화하는 글로벌 통화긴축이라는 여건 하에 많은 도전과 기회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 중 일부는 여러 나라에 공통적인 것도 있고 다른 일부는 한국에게 고유한 것도 있습니다. 오늘 “팬데믹 이후 한국경제의 도전과제”에 대해 여러분들의 통찰과 지혜를 배우고자 합니다. 컨퍼런스가 성공적인 결실을 맺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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