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맹증 침술사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올빼미'

입력 2022-11-12 09:00 수정 2022-11-1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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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스틸컷 (NEW)
▲'올빼미' 스틸컷 (NEW)

"(조선왕조)실록에 소현세자의 죽음을 '마치 약물에 중독되어 죽은 것 같다'고 묘사해 놓은 한 줄이 있습니다. 실록 중에서 가장 많은 의심이 담긴 부분이 아닌가 싶어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지난 10일 조선 인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올빼미'가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시사회를 열고 작품을 공개했다. 이날 자리에서 안태진 감독이 작품 연출 취지를 전한 가운데 배우 유해진, 류준열도 함께 자리해 영화 이야기를 나눴다.

'올빼미'는 1945년(인조23년) 있었던 소현세자의 죽음을 소재로 하는 팩션 사극이다.

삼전도의 굴욕 이후 정신이 쇠락한 인조(유해진)는 청나라 볼모로 잡혀갔던 아들 소현세자(김성철)가 조선으로 돌아왔음에도 반기지 않는다.

이때 한낮에는 앞을 볼 수 없지만 주변이 어두워지면 시력이 회복되는 주맹증을 앓는 침술사 경수(류준열)가 우연한 기회로 궁에 들어가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소현세자의 죽음을 맞닥뜨리고 그에 얽힌 진실에 깊게 다가선다.

안 감독은 이날 '올빼미'를 "목격자 스릴러"라고 칭하면서 "주인공이 우연히 어떤 사건을 목격하게 되고 그로 인해 더 큰 사건에 휘말린다. 뭔가를 본다는 게 대단히 중요한 상징이자 테마"라고 말했다.

▲'올빼미' 스틸컷 (NEW)
▲'올빼미' 스틸컷 (NEW)

'올빼미'는 당초 유해진이 연기 인생 최초로 왕 역할을 맡으면서 세간의 이목을 끈 작품이기도 하다.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작품에는 외교적 굴욕 이후 왕권에 대한 집착으로 정신이 황폐해지고 안면마비까지 겪는 인조의 모습이 담겼다.

인조 역을 연기한 유해진은 "색이 짙은 캐릭터를 할 때는 연극하던 시절의 연습 방법이 크게 도움이 된다. (연극)무대라고 생각하고 당시 극장에서 했던 (선 굵은) 연기를 떠올리면서 했다"고 전했다.

'올빼미'에서는 맹인 침술사 경수가 인조의 실체, 소현세자 죽음의 전말, 사건의 반전과 종결 등 이야기의 핵심이 드러나는 모든 대목에 깊게 연관돼 있는 모습이다. 때문에 여러 인물의 역학관계가 입체적으로 얽히고설켜 움직여야 하는 역사적 상상력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지는 감도 있다.

종종 배우의 연기보다 음악이 앞서면서 장면의 분위기를 사전에 예고하는 측면도 있는데 스릴러 장르의 긴장감을 약화하는 요인이다.

극의 핵심 인물인 주맹증 침술사 경수 역을 소화한 류준열은 "'저게 말이 되느냐 안 되느냐'는 느낌을 주기보다는 (캐릭터가) 작품에 자연스럽게 묻어가면서 영화가 하고자 하려는 이야기가 뭔지, 어떤 긴장감을 주려 하는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연기 소감을 밝혔다.

또 "경수는 평민으로 궁에 들어가서 중요한 사건을 목격하고도 못 본 척할 수밖에 없는데 그게 우리네 삶과 닮았다"면서 "입이 있고 눈이 있음에도 모르는 척해야 하는 순간에 집중하려 했다"고 인물의 중의적인 역할을 짚었다.

'올빼미'는 오는 23일 개봉한다.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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