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동의 없는 희생자 실명 공개?…민주 "왜 숨기나" vs 국힘·정의 "배려 좀..."

입력 2022-11-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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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희생자 명단 공개' 주장
이재명 "분노 간직한 채라도 진실 밝혀야"
국힘 "촛불 선동까지 곁들여" 맹공
정의 "슬픔 빠진 유족께 예의아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5번 출구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검추진 범국민 서명운동 발대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5번 출구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검추진 범국민 서명운동 발대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이름과 영정 공개를 주장하자 국민의힘과 정의당이 반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사법리스크 회피를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국민의힘 비판에 민주당은 “진지한 애도”라며 맞섰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시행을 위한 범국민 서명 운동에도 나서면서 ‘정부 책임론’을 부각해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거리에 나선 이재명 "진실과 책임 시간 시작해야"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은 11일 오후 12시30분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5번 출구 앞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검추진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였다. 이 대표는 “이제 우리는 슬픔과 분노로 간직한 채라도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진실과 책임의 시간을 시작해야 한다”며 “경찰에 수사를 맡기고 그 결과를 기다리자는 것은 결국 셀프 수사를 통해 그 책임 있는 경찰, 정부 책임을 묻어버리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수사를, 그 결과를 기다릴 때가 아니다”며 “정부와 여당이 진상규명에 협조적이지 않고 오히려 반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국민의 도움을 받아서 직접 진상 규명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서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번 참사의 피해자인 고(故) 이지한씨의 유족이 보낸 편지를 대독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희생자 명단’ 공개 주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날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유족이 원하는 방식으로 애도하는 것이 패륜이냐. 고인의 영정 앞에 그의 이름을 불러드리는 것이 패륜이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또 “정쟁에만 매몰되면 상식적인 사고가 되지 않는다”며 “국민의힘은 참사 앞에서도 이러면 도대체 어떡하냐”고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상에 어떤 참사에서 이름도 얼굴도 없는 곳에 온 국민이 분향을 하고 애도를 하는가”라며 “유족들이 반대하지 않는 한 이름과 영정을 당연히 공개하고 진지한 애도가 있어야 된다”고 주장했다. 국정조사와 특검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장외전을 펼쳐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 재선 의원은 본지에 “희생자를 숨겨야 할 이유도 없지 않냐”며 유족의 동의를 전제로 희생자 이름과 영정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 문진석 전략기획위원장과 민주연구원 부원장 사이 텔레그램방에서 희생자 명단 공개 주장이 처음 제기된 이후 이 대표를 비롯 동조하는 민주당 인사들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다만 당 일각에선 참사를 정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데 대한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민주당만 공개 주장…국힘·정의 "정쟁 안 돼"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희생자 명단과 영정을 공개하는 주장을 하면서 ‘촛불을 들어야겠느냐’며 촛불 선동까지 곁들인다”고 비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희생자들의 인권을 침해해서라도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피해 가려는 패륜적 정치기획이다. 이태원 참사를 아무리 ‘세월호’로 만들려고 해도 이제 국민들은 속지 않는다”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보훈처가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 명단 공개를 거부하고 대법원이 이를 정당한 결정으로 판결했던 사례를 상기하며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의 명단도 비공개가 정당하다면, 유족 대다수가 원치 않는 이태원 희생자 명단은 왜 공개되어야 하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희생자의 존엄과 유가족의 아픔은 안중에도 없는 것인가”라며 “국가적 참사와 비극을 매번 당리당략에 이용하려는 나쁜 습성을 당장 버리길 바란다. 패륜을 멈추고 국민을 섬기는 공당의 금도를 지키라”고 촉구했다.

정의당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은주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지난 2월 광주 서구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 당시에도 실제 분향소에 영정과 위패 없이 조문했다”며 “유족의 총의가 모여 진행되면 모를까, 지금처럼 정치권이 (명단 공개에) 앞장서는 것은 슬픔에 빠진 유족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위한 추모 미사를 오는 14일 열되, 사망자 명단은 공개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만 공개하자는 상황에선 정쟁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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