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파산신청 후폭풍…개인·기관 투자자, 돈 몽땅 날리나

입력 2022-11-12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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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가상화폐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10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가상화폐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한때 세계 3위였던 가상화폐거래소 FTX가 파산 신청을 하면서 돈을 예치해둔 개인·기관 투자자들이 원금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FTX의 이번 파산 신청은 ‘코인판의 리먼 사태’이자 ‘엔론 사태’로 불릴 정도로, 가상화폐 시장을 넘어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델라웨어주 파산 법원에 제출된 서류에 따르면 FTX는 최대 500억 달러(66조2000억 원) 부채를 안고 파산을 신청했고, 채권자는 10만 명이 넘는다.

이중 가장 취약한 당사자는 개미투자자다. 코인 거래를 위해 FTX에 돈을 예치해뒀던 개인 투자자들이 한 푼도 건지지 못한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코인 거래소에 돈을 맡겼거나 심지어 저축 용도로 돈을 둔 일반인들이 가장 깊은 상처를 입게 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트위터 등에 글을 올려 “평생의 저축이 FTX에 묶였다”, “내가 힘들게 번 돈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투자은행 오펜하이머의 오언 라우 애널리스트는 FTX 소매 고객이 무담보 채권자로 분류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기관 투자자보다 채권자로서 우선순위가 낮아져 돈을 잃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FTX 투자로 손실이 예상되는 기관 투자자도 광범위하다. 지난 1월 FTX 투자금 조달에 참여한 캐나다 온타리오 교사 연금,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헤지펀드 타이거 글로벌과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 등은 각각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 돈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7500만 달러(약 990억 원)를 투자한 온타리오 교사 연금은 전날 성명을 내고 손실 가능성을 인정했다. 헤지펀드 세쿼이아 캐피털은 이미 2억1400만 달러(2800억 원) FTX 투자금의 장부 가치를 0달러로 만드는 등 전액 손실 처리했다.

▲샘 뱅크먼 프리드 FTX 창업주 (연합뉴스)
▲샘 뱅크먼 프리드 FTX 창업주 (연합뉴스)

FTX 위기가 다른 업체로 번지면 금융시장 불안정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블록체인 데이터 제공업체 앰버데이터의 파생상품 디렉터 그레그 마가디니는 “당장 큰 공포는 전염 효과”라고 우려했다.

FTX와 금전 거래를 해온 코인 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FTX로부터 한때 자금 지원을 받았던 코인 대부업체 블록파이는 유동성 위기에 고객의 자금 인출을 중단했다. 가상화폐 업체 제네시스 트레이딩은 FTX 계좌에 1억7500만 달러(2300억 원) 자금이 묶였다고 발표했다. 코인 억만장자 마이크 노보그래츠 갤럭시디지털 최고경영자(CEO)도 FTX 관련 자금 7700만 달러(1000억 원)를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FTX의 계열투자사 'FTX 벤처'는 헬륨, 앱토스 랩스, 니어 프로토콜 등 50개 가상화폐 프로젝트에 투자했기 때문에 이들 스타트업들도 FTX 파산 신청으로 재정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프로풋볼(NFL) 스타 톰 브래디와 모델 지젤 번천은 FTX 광고에 출연하고 지분을 받았으나 그 가치는 휴짓조각이 될 것으로 보인다.

FTX 파산 신청이 코인 업계를 넘어 수많은 금융 기관 투자자와 연관돼 있어서 이번 사건이 코인판의 리먼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CNN 방송은 2008년 전 세계에 충격을 준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에 빗대 FTX 붕괴가 '리먼 모멘트'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홍콩에 본사를 둔 암호화폐 투자회사 문볼트 파트너스의 샨 준 폭 공동창업자도 “많은 사람이 FTX를 일종의 금본위제 기관으로 여길 정도로 신뢰했다”며 FTX 붕괴를 엔론 스캔들에 빗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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