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특별법 불발시…韓 반도체 구할 ‘골든타임’ 놓친다

입력 2022-11-15 16:57 수정 2022-11-1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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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칩스법, 8월 발의 이후 석 달째 ‘제자리’
중국, 일본, 대만 등은 자국 반도체 산업에 대규모 투자
직격탄 맞은 韓 반도체 업계 “K-칩스법 조속한 통과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지난 8월 발의된 반도체특별법(K-칩스법)이 세 달 째 국회에서 계류하면서 불발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쟁으로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K반도체가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업계는 우려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기업 지원안 등을 담은 K-칩스법은 지난 8월 발의된 이후 아직까지 국회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K-칩스법은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조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법률안 두 가지로 이뤄진 법안이다. 국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인력 양성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대기업 특혜'라는 더불어민주당 측의 반대에 부딪혀 법안 처리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K-칩스법의 지지부진한 통과 속도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 대만, 일본 등이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는 상황과 상반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고 오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대규모 투자에 힘입어 2010년엔 58억 달러(약 7조6100억 원)에 불과했던 반도체 생산량이 2021년엔 312억 달러(약 40조9600억 원)로 5배 이상 늘었다.

일본의 경우 최근 도요타와 소니, 소프트뱅크 등 일본 대표 8개 기업이 새로운 반도체 법인 ‘라피더스(Rapidus)’를 설립했다. 이른바 ‘일본 반도체 드림팀’의 출범이다. 여기에 일본 정부는 최근 총 1조3000억 엔(약 12조 2000억 원) 규모 반도체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라피더스에 700억 엔(약 657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올 3분기 대만 TSMC가 삼성전자의 ‘매출 1위’ 자리를 탈환한 것 역시 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주효했다. 대만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국가안보 최전선으로 삼고 TSMC에 R&D(연구ㆍ개발) 투자 세액공제, 패키지 공정 비용 지원, 반도체 인력 육성에 대한 보조금 등을 지원했다.

반면 한국은 정쟁으로 K-칩스법이 표류하는 동안 국내 반도체 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나 인력 양성 등이 뒷전으로 밀렸다. 그 사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반도체 기업들이 불황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삼성전자가 발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재고자산 총액은 57조3198억 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말 기준 52조922억 원과 비교해 10%(5조2276억 원) 급증한 것이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재고자산 증가세가 가팔랐다. 3분기 DS부문의 총재고자산은 26조3652억 원으로, 상반기 기준 21조5080억 원 대비 22.6%(4조8572억 원)이나 늘었다.

SK하이닉스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3분기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 총액은 14조6650억 원으로, 올해 상반기(11조8787억 원)보다 23.5%(2조7863억 원) 증가했다. 재고자산회전율 역시 지난해 말 3.2회에서 올해 3분기 말 2.4회로 떨어졌다. 회전율이 낮을수록 재고자산이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가 늦다는 의미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K-칩스법을 조속한 통과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로 한국 반도체 산업도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패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한데 사실상 한국만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업황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K-칩스법을 통한 정부의 지원마저 없을 경우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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