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부하직원을 성희롱했다고 판단한 국가인권위원회가 서울시 등에 피해자 보호를 위해 시정 조치를 권고한 행위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5일 오후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 부장판사)는 박 전 시장의 부인 강난희 씨가 “고인을 범죄자로 낙인찍었다”며 인권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 전 시장의 행위는) 성적인 언동에 해당하고, 피해자로 하여금 성적인 굴욕감이나 불쾌감을 주는 정도에 이르러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박 전 시장은 피해자의 직장상사 관계를 넘어서 피해자의 신분상 지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피해자로서는 자신의 성희롱 피해를 공론화하는 경우 자신에게 발생할 수 있는 직무상‧업무상 불이익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게 ‘사랑해요’, ‘꿈에서 만나요’ 등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사랑해요’라는 단어는 이성 사이의 감정을 나타낼 의도로 표현한 것이라기보다는 피해자가 속한 부서에서 동료들 내지 상·하급 직원 사이에 존경의 표시로 사용됐던 거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전 시장의 성희롱 행위가 인정되고, 인권위가 피해자 구제 및 재발 방지, 제도개선 등을 위하여 서울시장 등을 상대로 한 권고결정은 인권위의 권한 범위 내의 행위”라며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시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해 1월 박 전 시장이 부하직원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낄만한 메시지 등을 보내면서 성희롱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이후 인권위는 서울시와 여성가족부에 피해자 2차 가해 예방 및 성역할 고정관념에 따른 비서실 운영 관행 개선 등 개선책 마련을 권고했다.
이에 강 씨는 2021년 4월 상대방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박 전 시장을 범죄자로 몰아갔다며 인권위의 결정에 대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서 패한 원고 측 대리인은 판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깊은 유감을 표하고 싶다”며 “판결문을 받아서 분석한 뒤 유족과 항소 여부 등을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