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스토킹인가 여성 혐오 정치인가…퍼스트레이디에 쏟아지는 도 넘은 외모 공격

입력 2022-11-1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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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대통령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의 일정이 논란입니다.

김 여사는 12일(현지시각) 캄보디아 프놈펜 순방 일정에서 앙코르와트 사원을 방문하는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고 개인 일정을 소화했는데요. 현지 의료원에서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14살 환자의 사연을 듣고 이튿날 환자의 집을 방문한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환자를 품에 안고 찍은 사진을 두고 ‘오드리 햅번을 따라 한 것이 아니냐’, ‘빈곤 포르노(모금 유도를 위해 가난을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영상·사진)다’ 등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여당에서는 즉각 반박에 나섰습니다. 봉사 활동하는 ‘선행 영부인’이 관광지를 다니는 ‘관광객 영부인’보다 낫다는 것이죠. 사생활부터 패션까지. ‘퍼스트 레이디’를 향해 쏟아지는 도 넘은 공격들은 뭘 노리는 걸까요.

선거운동 때부터 이어져 온 영부인 공격…사생활부터 패션까지

김건희 여사의 외모, 패션, 행실 등은 꾸준히 구설에 올랐습니다.

캄보디아 순방 중에만 해도 ‘빈곤 포르노’ 논란 외에 ‘재클린 케네디 코스프레’ 주장이 온라인에서 제기됐죠. 11일(현지시간) 프놈펜 호텔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 때 입은 의상이 전 미국 대통령 배우자인 재클린 케네디 여사의 의상을 따라 했다는 것입니다. 프놈펜 일정에 앞서 김 여사가 재클린의 패션, 즉 ‘재키룩’을 여러 차례 흉내 냈다고도 얘기합니다.

논란의 시작은 윤 대통령 당선 이전, 대선 선거운동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작년 12월 8일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여사의 학창 시절 사진과 최근 사진을 비교해 올리며 “얼굴이 변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자세히 보니 눈동자가 엄청 커져 있다”고 언급해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진혜원 수원지검 안산지청 부부장검사는 해당 게시글에 댓글로 “입술산 모습이 뚜렷하고 아랫입술이 뒤집어 있고, 아래턱이 앞으로 살짝 나와 있다”며 “여성적 매력과 자존감을 살려주는 성형수술로 외모를 가꾼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동조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달 27일, 손 의원은 허위 이력에 사과하는 김 여사의 모습에 관해 “한껏 홍조 올린 화장에 순간순간 배시시 미소를 흐리는 이 태도가 사과의 모습이라고?”라고 언급해 재차 논란이 일었는데요. 선거 운동 기간에는 김 여사의 과거를 두고 ‘유흥업소에서 근무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거나 성형과 화장법에 대해 논하는 등 외모와 사생활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6월 29일에는 나토 정상회담 순방과 관련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김 여사의 패션을 두둔하자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가 “마네킹에 입혀놓은 신상처럼 보인다. 사람 냄새가 안 난다”고 평가했습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정치계에 유구한 여성 혐오적 공격…‘성형’ ‘얼평’ ‘패션’

김 여사에 대한 의혹의 공통점은 여성 혐오(misogyny)적 공격이라는 점입니다. 정치권 여성에 대한 혐오의 역사는 유구합니다.

앞서 2017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누드로 묘사한 그림 ‘더러운 잠’이 물의를 빚었습니다. 그림은 나신의 여성을 그린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해 ‘세월호 7시간’을 비판했습니다. 그림을 두고 성희롱이라는 의견과 정치인 비판을 위한 표현의 자유라는 의견이 대립했죠.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패션에 대한 공방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부인에 대한 ‘성형중독’ 지적은 앞선 논란들과 궤를 같이합니다.

8월 25일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논란이 된 이지성 작가의 발언도 마찬가지입니다.

차유람 전 당구선수의 남편인 이 작가는 ‘아내에게 입당을 강요한 이유’를 묻는 권성동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을 들었습니다.

이 작가는 “대한민국 보수 정당을 떠올렸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할아버지 이미지다”라며 “내가 보기에는 (국민의힘에) 배현진 씨도 있고, 나경원 씨도 있고 다 아름다운 분이고 여성이지만 왠지 좀 부족한 것 같다. 김건희 여사로도 부족한 것 같다. 당신(차유람 선수)이 들어가서 4인방이 끝장이 날 것 같다. 그래서 들어갔으면 좋겠다(라고 아내에게 말했다)”고 발언했습니다.

당시 ‘4인방’으로 언급된 배현진,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나 전 의원은 당시 이 작가의 발언에 대해 여성을 정치적 능력과 관계없이 이미지로만 재단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나아가 “잘생긴 남자 정치인 언급은 우리가 찾기 어렵다. 그런데 유독 여성 정치인에게만 이를 붙이는 것이 바로 특정 성별에 대한 폄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사과를 촉구했습니다.

▲2017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한 ‘더러운 잠’이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 의해 철거된 모습
 (뉴시스)
▲2017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한 ‘더러운 잠’이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 의해 철거된 모습 (뉴시스)

“공적인 평가” vs “여성 혐오 정치 불과”

논란이 된 발언의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말이 ‘공적인 평가이자 비판’이었다고 주장합니다.

김 여사의 경우 허위 이력 기재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이 문제가 됐습니다. 김 여사의 외모나 패션에 대한 평가가 이러한 정치적 의혹에 대한 비판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다수는 이를 ‘여성 혐오 정치’라고 지적합니다.

작년 7월 30일 김 여사의 사생활을 비방하는 내용을 담은 벽화가 논란이 되었을 때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성명문을 통해 해당 벽화가 “여성을 향한 명백한 폭력이자 인권침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해당 벽화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넘은 개인의 인격권에 대한 공격이자 침해”이며 “성에 대한 혐오와 공격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이러한 표현은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 범주를 넘는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작년 12월 29일 라디오에서 손 의원의 두 차례 발언에 대해 “진정성 여부와 감정 호소가 문제가 아니라 여성 비하 정서가 문제다”라고 꼬집으며 “페미니스트로서 평가하자면 ‘얼평’이 더 추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사진제공=대통령실)

‘오드리 햅번’, ‘빈곤 포르노’ 논란에 여당 대응은?

김 여사의 ‘오드리 햅번’ 논란에 대해 야당 내부에서도 ‘자중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라디오에서 “좀 경솔한 언동”이라며 “무슨 스토커처럼 하는 것 또한 별로 그렇게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야당을 비판했습니다.

여당 의원들은 일제 반격에 나섰습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라디오에서 “정치를 너무 무례하고 ‘더티’(dirty)하게 한다”며 여당이 과하게 트집을 잡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나아가 국민의힘은 김 여사를 두고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라고 비판한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어떤 여성에 대해, 그것도 영부인에 대해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라고 표현한 것 자체가 너무나 인격 모욕적이고 반여성적”이라며 “장경태 의원은 국민에게 공식 사과하고, 민주당은 장 의원을 당헌·당규에 따라 조속히 징계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다만 논란이 커지자 장 의원은 “(빈곤 포르노에 대해)이상하게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용어가 아니다. 언론과 사전에 있는 용어”라며 “캄보디아 입장에서 가난하거나 병든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관광지에 초대한 것인데 그 일정에 응하지 않고 환자의 집에 방문한 것이 외교 결례”라고 반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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