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러시아 확전 가능성 낮지만...시험대 오른 '집단방위'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국가안보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바르샤바(폴란드)/EPA연합뉴스

폴란드 영토에 15일(현지시간) 러시아산 미사일이 떨어지면서 유럽이 발칵 뒤집혔다. 러시아의 고의든 실수든,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처음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회원국 영토에 미사일이 떨어졌다는 점에서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확전 확률은 낮지만 나토와 러시아간 관계 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CNN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0분,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6km 떨어진 폴란드 프셰보도프 마을에 미사일 두 발이 떨어졌다. 폴란드 외무부는 해당 사건으로 폴란드 시민 2명이 사망했으며 미사일은 러시아산이라고 밝혔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국가안보위원회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미사일 발사 주체는 아직 모르지만 러시아에서 생산된 미사일”이라며 “나토 4조 발동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토 조약 4조는 당사국 중 한 국가가 영토 보전, 정치적 독립, 안보에 위협이 있다고 판단할 때 나토의 정치적 의사 결정 기구인 북대서양이사회에 긴급회의를 소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폴란드는 나토 조약 4조를 꺼내면서도 5조는 언급하지 않았다. 나토 조약 5조는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이른바 ‘집단방위’ 조항이다. 5조 발동은 나토와 러시아간 확전 가능성을 뜻하며, 그야말로 3차 대전으로 전개될 우려가 커진다.

5조는 한 국가에 의해 발동되지는 않는다. 아이보 달더 전 나토 주재 미국 대사는 영국 가디언에 “5조 발동은 나토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5조가 발동된 경우는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한 직후가 유일했다. 나토 동맹국들은 공중 레이더 순찰을 제공하고 지중해에서 해군 순찰을 강화했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윌리엄 앨버크 전략·기술·군축국장은 “폴란드 영토에 떨어진 미사일이 러시아산이라고 판명되더라도 5조에 명시된 무장 공격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고의적 무장 공격은 실제 공격을 의미한다”며 “실수로 두 발의 미사일이 떨어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가디언은 이날 발생한 미사일 폭격으로 나토와 러시아가 직접 충돌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2015년 11월 터키와 시리아 국경 상공에서 러시아 전투기가 터키에 의해 격추됐지만 당시에도 사건은 봉합됐다.

다만 나토와 러시아 충돌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주권과 영토 회복 노력에 나토를 끌어들이고 싶어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은 집단 안보에 대한 공격”이며 “매우 심각한 갈등 고조”라고 말했다.

러시아에서도 매파들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헤르손 등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에서 잇따라 후퇴한 이후 러시아 강경파들은 굴욕을 씻기 위해 더 강력한 공격을 부추기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미사일 폭격을 부인했지만 러시아 선전 채널인 RT의 마르가리타 시모냔 보도국장은 “이번 공격이 고의적 도발이 아니라면 좋은 뉴스가 있다”며 “나토 회원국은 누구도 고의로 공격할 수 있을 만큼 방어가 형편없다는 거고 나토는 누가 무엇으로 왜 공격했는지조차 모른다는 사실”이라고 비아냥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