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관들 대거 얽힌 ‘50억 클럽’을 어떻게 수사하겠나”

입력 2022-11-17 05:00 수정 2022-11-17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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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사회경제부 법조팀 이수진 기자
▲이투데이 사회경제부 법조팀 이수진 기자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별검사, 곽상도 전 의원,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1년 넘게 이어진 지지부진한 수사 뒤에 묻혀 가는 ‘50억 클럽’ 연관된 이름들이다. 지난해 10월 이들의 명단이 공개되고 검찰은 올해 2월 곽 전 의원을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후 이렇다 할 진척이 없다. 곽 전 의원 기소 외에 별다른 처분을 내린 것도 없다.

50억 클럽 사건은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대장동 개발 의혹’과 맞닿아 있다. 이런 까닭에 검찰은 굵직한 대장동 수사를 마무리한 뒤 50억 클럽을 본격적으로 살펴보려는 것으로 보인다.

50억 클럽 관련 수사가 왜 늦어지느냐는 질문에 검찰 관계자는 “모든 수사를 한꺼번에 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적‧물적 제약 때문에 대장동 수사와 50억 클럽 수사를 동시에 같은 속도로 진행할 수 없다고 한다. 사건의 '본류'인 대장동 사건을 먼저 처리한 뒤 '지류'인 50억 클럽 사건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50억 클럽 사건은 정치인들과 법조인, 언론인들이 결탁해 뇌물을 주고받았다는 의혹이다. 하지만 대장동 사건의 곁가지로 취급될 뿐이다.

이렇다보니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전직 검사와 판사의 비리를 수사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전관들이 그렇게나 많이 연루돼 있는데 검찰이 50억 클럽을 제대로 수사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검찰은 최근 법조인과 언론인, 정치인들이 연루된 ‘가짜 수산업자’의 금품 제공 사건을 처분했다. 이 사건 역시 검찰 수사는 지지부진하게 진행됐고 의혹이 제기된 뒤 1년을 넘겨 마무리했다. 박 전 특검은 이 사건에도 주요 피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찰이 박 전 특검 등 법조인들, 특히 전관을 대상으로 한 수사에 유독 시간을 끄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과 50억 클럽 사건은 닮은 모습이다. 전관이 사건에 등장하고 뇌물이 오간다. 검찰의 수사 속도도 더디다. 앞으로 이와 비슷한 구조의 범죄는 계속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검찰 수사는 느리게 진행될지 모른다.

고위 공무원들과 법조인들의 부패 문제 역시 대장동 사건만큼 중요하다. 대장동 수사와 별개로 50억 클럽 역시 사태의 본질을 밝히고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피의자들은 입을 맞추고 증거를 인멸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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