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계대출 연체율 떨어졌는데…은행들 덜덜 떠는 이유는

입력 2022-11-16 16:01 수정 2022-11-1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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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 연체율 0.21%…전월비 0.03%p 하락
코로나 피해기업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영향
이복현 "대손충당금 적립·자본관리 전략" 당부
전문가 "포스트코로나 시대 적절히 대비해야"

국내 은행들의 대출 연체율이 꾸준히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모두 연체율이 감소했지만, 이는 실질적인 채무 부담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제도에 따른 착시 현상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은 0.21%로 전월 말(0.24%)보다 0.03%포인트(p) 하락했다. 전년 동월 말(0.24%)과 비교해서도 0.03%p 줄었다.

같은 기간 신규연체 발생액(1조1000억 원)은 전월 수준이었다. 이는 연체채권 정리 규모(1조7000억 원)가 전월 대비 1조1000억 원 증가한 데 기인했다. 통상 은행들은 분기 말 연체채권 관리를 강화해 분기 중엔 연체율이 상승하고, 분기 말엔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기업대출 연체율(0.23%)은 전월 말(0.27%) 대비 0.04%p 하락했다. 이 중 중소기업대출 연체율(0.27%)은 전월 말(0.30%)보다 0.03%p 하락했다. 중소법인 연체율(0.33%)은 전월 말(0.38%) 대비 0.05%p 낮아졌으며,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0.19%)은 전월 말(0.20%)보다 0.01%p 줄었다. 대기업대출 연체율(0.05%) 역시 전월 말(0.13%)보다 0.08%p 낮아졌다.

가계대출 연체율(0.19%)은 전월 말(0.21%) 대비 0.02%p 하락했다.

이처럼 기업대출 연체율이 하락한 것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등 정부의 금융조치가 이뤄진 점이 영향을 끼쳤다. 단순히 연체율이 낮아졌다고 해서 은행에 긍정적인 시그널은 아니라는 것이다. 당장 연체율로 잡히지 않았을 뿐, 여전히 부실차주들의 부담으로 남아있는 빚 폭탄이 언젠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향후 경제 상황이 나아져 차주들이 대출을 제대로 상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문제가 없지만, 지금처럼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면 은행에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정부의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되면 부실차주에 따른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도 이런 부분을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대출 이자율이 상승하고 경기가 침체되면 은행은 원리금 회수 가능성이 작아지는 만큼 대손충당금 비율도 높이기 마련이다.

금융당국도 은행권에 위기 상황을 미리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14일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간담회에서도 "경제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위기 상황에서도 충분한 손실흡수능력과 유동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대손충당금 적립, 자본관리, 자금 조달·운용 전략을 신중하고 세심하게 수립·운영해달라"고 강조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은행 입장에서는 대기업 부실 사태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여파로 인한 건설사의 도산 등 대형 사태만 일어나지 않으면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코로나 지원에 따른 착시효과가 있는 대출 연체율 하락 데이터만 믿고 있어선 안 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미리 충분히 대비해야 위기 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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