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년 ‘매출채권 팩토링’ 매입규모 400억인데 중복지원 방지책 없이 사업

입력 2022-11-16 17:19 수정 2022-11-1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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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특위, 내년도 예산안 검토 과정서 중진공 매출채권 팩토링 사업 중복 방치장치 부재 지적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중진공 3개 기관 지원대상 비슷한데도 중복 방치책 허술
9월 협의체 구성했지만, 근본적인 시스템은 부재
내년 3개 기관의 매출채권 매입규모는 1300억원 넘어
중진공 이번 국감에서 매출채권 팩토링 사업 법적근거 없이 실시해 불법예산 집행 지적받기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의 매출채권 팩토링 사업에 대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중복지원을 막을 장치가 사실상 없다고 지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중진공 3개 기관이 매출채권 팩토링 사업을 동시에 가동하고 있지만 중복지원을 사전에 차단할 장치도 없이 허술하게 정책자금을 투입해왔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6일 본지 취재 결과 최근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내년도 예산안 검토 과정에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중소기업 매출채권 팩토링 사업’에 대한 지원기준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출채권 팩토링은 판매기업의 매출채권을 기관이 상환청구권 없이 인수하면서 자금을 공급하고, 구매기업으로부터 매출채권 대금을 회수하는 사업이다. 예를 들어 A업체(판매기업)가 B업체(구매기업)에 상품(용역)을 팔고, 이 때 발생한 매출채권을 정책금융기관이 중간에서 현금을 주고 매입하는 것이다. 판매기업은 매출채권을 조기에 현금화 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이를 재투자하는 선순환 효과도 볼 수 있다.

정부는 매출채권 팩토링이 중소기업의 연쇄부도를 막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기존 매출채권은 금융권에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경우 상환의무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구매기업이 부도가 나면 판매기업이 고스란히 부담을 떠안아 연쇄부도 위험이 발생한다.

매출채권 팩토링은 정책금융기관들이 중간에서 자금을 투입해 이같은 위험의 고리를 끊는다. 현재 매출채권 팩토링 사업은 중진공을 비롯해 신용보증기금(신보), 기술보증기금(기보)이 함께 실시하고 있다.

문제는 매출채권 팩토링 사업의 지원대상이 모두 중소기업이어서 3개 기관의 지원대상이 중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기보는 기술·사업성이 우수한 사업체를 중심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신보와 중진공은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예결위의 지적이다.

예결위 관계자는 “지난 4월 신보의 매출채권 팩토링 사업 대상자가 ‘중소기업ㆍ중견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축소돼 신보와 중진공의 중복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우려스러운 점은 지원대상이 비슷한 상황에서 이중지원을 막을 장치가 부실하다는 점이다. 예결특위도 이 대목을 문제 삼았다.

예결특위는 “신보와 기보가 올해부터 금융결제원에 매출채권 정보를 등록해 중복지원을 방지하고 있지만, 중진공은 신청 업체가 체크리스트에 중복 여부를 자가진단을 하고, 허위기재시 1년간 사업 신청을 제한하는 것 외엔 없다”고 설명했다.

중진공은 지난 9월부터 3개 기관이 협의체를 구성해 중복지원 막고있다는 입장이지만 근본적인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진공이 매출채권 팩토링 사업을 가동한 때는 지난 4월이다. 협의체가 가동된 9월까지 약 6개월간 이중지원을 막을 시스템이 사실상 구멍상태였던 셈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해당 사업에 아직까지 중복으로 정책자금이 투입되진 않았다”면서도 “운이 좋았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진공은 내년 상반기께나 전산상 시스템이 갖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팩토링사업은 공적자금을 투입하지만 상환청구권이 없어 회수가 불가능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복 지원을 막을 장치도 없다면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내년에 중진공이 매입예정인 매출채권 규모는 375억 원이다. 3개 기관을 모두 합치면 1300억 원이 넘는다.

앞서 중진공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매출채권 팩토링 사업을 법적 근거도 없이 실시해 불법예산 집행이라는 뭇매를 맞기도 했다. 신보와 기보가 각각 신용보증기금법과 기술보증기금을 개정해 사업을 실시한 것과 달리 중진공은 법 개정 없이 예산을 집행했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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