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발행자제’에 한전채 급한불 껐지만…“결국 임시책, 내년초 다시 부담”

입력 2022-11-1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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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현판. 2022.08.16. kgb@newsis.com (뉴시스)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현판. 2022.08.16. kgb@newsis.com (뉴시스)

채권시장의 자금을 빨아들이던 한전채가 금융당국의 발행 자제 요청에 금리 수준이 진정되고 있으나, 단기자금시장은 여전히 경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선 보조금 지원 등 추가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결국 내년부터 한전채가 다시 채권시장의 블랙홀로 전락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한전채 3년물 금리 최종호가 수익률은 5.41%를 기록, 1개월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전채 발행금리도 2년물이 5.70%, 3년물은 5.80%대에 발행되며 심리적 한계선인 6%를 하회했다. 직전에 발행됐던 한전채 2~3년물이 5.95%대에 발행됐던 만큼 당장은 진정된 모습이다.

금융당국의 한전채 발행 공식 자제 요구에 한전이 은행대출로 우회하면서 공급 부담이 줄어든 점이 금리를 안정화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의 11월 베이비스텝(0.25%p 인상) 기대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기대치(7.9%)보다 낮은 7.7% 상승에 그치자 인플레이션 정점 기대감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빅스텝(50bp 인상)으로 인상 수준을 낮출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출처=하이투자증권)
(출처=하이투자증권)

그러나 증권가에선 채권 투심이 살아났다고 보기엔 섣부르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5일 기준 신용스프레드는 3년 만기 국고채와 AA-급 회사채간 차이가 161.4bp로 과거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벌어진 상태다.

단기자금시장의 지표로 여겨지는 CP 금리도 전날 5.22%까지 치솟았다. 이는 2009년 1월14일(5.17%) 이후 약 13년 10개월 만 가장 높은 수준이다. CP금리는 올초 1월 3일만해도 연 1.55%에 불과했다. CP 금리가 기업의 신용도를 반영하는 만큼 자금조달 시장이 경색되고 있는 의미다.

한 증권사 채권 운용역은 “기업 회사채 발행이 안되면서 CP발행시장으로 몰려가자 CP금리가 미친듯이 오르며 상황 개선이 안되고 있다”며 “시장에서 유통되는 금리 수준 높은데 이를 다 반영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의 적자구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만큼 결국 내년에도 크레딧 시장의 투자심리가 위축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올해 한전의 적자 규모가 3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는 데다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의 적자를 이어갈 거란 상황에서 결국 일시적으로 줄어든 한전채 발행도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가능성이 커서다.

한국은행의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 대상에 한전채가 포함된 것도 실질적인 대책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전채의 공급량을 줄일 수 있는 건 아니라 구조적인 자금난을 해결할 수 없어서다. 채권 시장의 숨통을 틀 수 있는 내년도 금리인상 수준의 하향 안정화 기대감도 아직 섣부른 상태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전채 공급을 올해 말까지 줄인다 해도 은행 대출 2~3조 원 규모는 턱없이 부족하고, 내년에는 동절기 수요때문에 천연가스 가격 변동있으면 부담이 커질 수 있어 결국 한전채 발행을 늘려 공급 부담으로 금리가 다시 오를 수 있다”며 “전기료 인상도 물가가 오르는 만큼 단순히 올릴 수 없는 문제로, 한전에 직접 보조금을 지원하는 추가 해결책 없이는 내년 1분기 이후 크레딧 시장에 불안한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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