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제약기업들의 올해 3분기 실적이 속속 발표되는 가운데, 16일 현재 3분기 누적 매출액 1조 원을 넘긴 제약사는 4곳으로 집계됐다. 올해 제약기업의 실적 호조가 이어지면서, 4분기 실적이 더해질 경우 연간 매출 1조 원을 넘기는 ‘1조 클럽’에 가입할 제약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 중 유한양행·GC녹십자·종근당·광동제약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유한양행은 3분기 누적 매출이 1조3253억 원, GC녹십자 1조2998억 원, 종근당 1조913억 원, 광동제약 1조518억 원이다.
지난 2014년부터 8년 연속 국내 제약사 매출 1위 자리를 유지해왔던 유한양행은 3분기 매출 4315억 원을 달성했다. 다만 45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4%, 169.6% 감소한 수치다.
약품사업 부문 외에 모든 사업부에서 매출이 줄었다. 유한양행 측은 연구개발(R&D) 비용 증가 등이 실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회사 측은 남은 4분기 동안 시장지향적 신제품 지속 출시와 판매채널 다변화 등 수익성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GC녹십자는 자체개발 품목 확대에 힘입어 처방의약품 부문이 성장했고, 백신 및 혈액제제 사업 부문도 순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진단키트 사업을 담당하는 녹십자엠에스를 제외한 연결대상 계열사의 매출도 좋다. 지씨셀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33.8%, 녹십자웰빙은 29.7%의 매출 성장률을 기했다.
종근당은 3분기 매출 3806억 원, 영업이익 396억 원을 달성했다. 회사 측은 ‘케이캡’과 함께 ‘자누비아’, ‘프롤리아’, ‘글리아티린’ 등 주요 의약품 품목 실적 성장이 호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광동제약은 유통·생수 덕을 봤다. 광동제약 3분기 매출액은 6258억 원으로 이중 의약품 매출이라고 볼 수 있는 ‘약국영업’과 ‘병원영업’ 분야는 17%(1066억1100만 원)에 불과하다. 옥수수수염차·헛개차·삼다수 등 식음료의 매출 증대가 누적 매출 1조 원 돌파에 이바지했다. 광동제약은 수익성 위주의 영업정책 실현, 사업 다각화 및 신제품 개발 강화 등으로 수익성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미약품과 대웅제약도 ‘1조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으로 한미약품은 9804억 원, 대웅제약은 8674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주요 제약기업들의 1조 클럽 견인의 숨은 공신으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가 꼽힌다. 실제로 광동제약을 제외한 대웅제약, 녹십자, 유한양행, 한미약품, 종근당 등 주요 제약사들은 1000억 원 이상을 R&D에 투자했다. 이는 매출의 10%가 넘는 수치다.
대웅제약은 1445억 원(매출 대비 16.7%)의 R&D 투자를 집행했다. 현재 당뇨병·위식도역류질환·폐섬유증·자가면역 등 분야에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대웅제약은 이나보글리플로진 성분의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치료제의 임상시험을 마치고, 연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목표로 제시했다.
녹십자는 혈우병·만성B형간염·대장암·헌터증후군 등의 바이오신약을 개발 중이며, 1443억 원(매출 대비 11.2%)을 R&D에 투입했다. 한미약품도 항암 분야를 비롯해 대사성질환·심혈관질환 등 30여 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에 1222억 원(매출 대비 12.5%)을 투자하며 연구개발에 적극적이다.
종근당은 빈혈·황반병성 등 바이오시밀러외 자체 바이오신약 개발에 1169억 원(매출 대비 11.1%), 유한양행은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 ‘렉라자’ 임상 등 R&D 비용으로 1356억 원(매출의 10.2%)을 썼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들과의 경쟁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단기적인 수익창출이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R&D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며 “각 제약기업이 보유한 강점에 역량을 집중해 주요 파이프라인 임상을 추진하거나 신약개발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는 등 R&D 투자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R&D 투자 확대는 향후 해외 기술수출,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