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러시아군...우크라 헤르손 ‘지뢰밭’ 만들고 떠나

입력 2022-11-16 17:11 수정 2022-11-1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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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유즈니 항구에 14일(현지시간) 지뢰 위험 경고 문구가 적힌 푯말이 보인다. 유즈니(우크라이나)/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유즈니 항구에 14일(현지시간) 지뢰 위험 경고 문구가 적힌 푯말이 보인다. 유즈니(우크라이나)/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요충지 헤르손이 러시아군에 점령된 지 8개월 만에 해방됐지만, 진정한 ‘해방’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러시아군은 헤르손에서 후퇴하기 전 할 수 있는 모든 곳에 지뢰를 심어놓고 떠났다. 우크라이나 당국의 주의에도 사상자가 잇따르고 있다. 헤르손이 세계에서 지뢰로 인한 사상자가 가장 많은 지역이 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고 1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을 탈환한 후 첫 연설에서 주민들을 향해 조심하라며 러시아군이 남기고 간 어떤 물건도 만지지 말라고 당부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군이 철수하기 전부터 “러시아가 헤르손을 죽음의 도시로 만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기우는 현실이 됐다. 러시아군이 떠난 헤르손은 지뢰밭으로 변했다. 헤르손이 우크라이나는 물론 전 세계에서 가장 지뢰가 많이 매설된 지역이 됐다는 암울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우크라이나 지뢰 제거 단체 대표인 티무르는 “러시아군이 철수를 계획한 후 지뢰와 폭발장치를 매설하기 위한 시간을 벌었다”며 “이제 막 제거 절차를 시작했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지만 헤르손은 아마도 가장 지뢰가 많이 매설된 지역이 될 가능성이 있고 우크라이나는 지뢰로 인한 사상자가 가장 많은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헤르손 지역의 모습은 처참하다. 헤르손의 도로는 전쟁의 잔해로 뒤덮여 있다. 길마다 붉은 띠가 쳐져 있는데 10m마다 지뢰밭임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제거된 지뢰 수십 개가 우크라이나군이 통제하는 검문소 주변에 쌓여 있고, 일부 도로에는 폭발되지 않은 장치가 그대로 흉측스러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헤르손의 포사드-포크로프스크 마을에 미콜라이우로 연결되는 길을 수리하기 위해 지난 13일 인부들이 도착했다. 길이 나뭇가지와 통나무로 가로막혀 있었는데 장애물을 치우고 100미터도 못가 지뢰가 터지면서 한 인부가 다리를 잃고 나머지는 병원으로 이송됐다. 며칠 전에는 4인 가족이 차를 타고 도로를 지나다가 매설된 지뢰가 폭발하면서 11살 아이가 부상을 입었다.

포사드-포크로프스크에서 지뢰 제거를 돕고 있는 한 군인은 “러시아군이 할 수 있는 한 지뢰를 심어 놨다”며 “도로, 땅, 다리, 주택, 건물 등 모든 곳에서 지뢰가 발견된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심어 놓은 지뢰는 종류도 다양한 것으로 전해진다. ‘꽃잎(petal)’ 지뢰로 불리는 ‘나비 지뢰’도 있는데, 전쟁이 끝난 후에도 오랜 시간 사상자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악명 높은 지뢰로 알려졌다. 해당 지뢰는 장난감처럼 생겨 특히 어린이에게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지뢰밭으로 변한 건 육지만이 아니다. 흑해에도 수백 개 지뢰가 설치된 상황이다. 흑해를 지나는 모든 선박이 위험에 놓이게 됐다.

지뢰 제거에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쟁 8개월 만에 겨우 영토를 되찾았지만 마주한 현실은 또다른 고통 그 자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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