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가계소득이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증가에 힘입어 늘었지만, 소득 하위 20%인 1분위 소득은 지난해 정부에서 지원했던 재난지원금 효과가 사라지면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비지출은 6.2% 증가했지만,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소비 증가율은 0.3%에 그쳤다.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에 쓴 돈이 늘었지만, 소비 자체가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통계청은 17일 발표한 '2022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서 올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6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3.0%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물가 상승 영향을 제외한 실질소득은 오히려 2.8% 감소했다.
상용직 근로자, 자영업자 수 증가 등 고용시장 회복과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숙박음식·여가 등 서비스업 개선 등으로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각각 5.4%, 12.0%씩 늘었다. 반면, 이전소득은 정부에서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5월부터 소상공인에 지급한 손실보전금 효과가 사라지면서 18.8% 감소했다.
경조소득 등 비경상소득은 1년 전보다 28.4% 증가했다. 3분기 기준으로는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이에 대해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코로나가 유행하던 시기에는 경조사가 있어도 코로나 때문에 안 갔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경조사가 발생했을 때 참여가 좀 늘면서 소득이 증가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득 5분위별로 보면, 소득 5분위(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41만3000원으로 3.7% 증가한 반면, 1분위(하위 20%) 가구의 소득은 1년 전보다 1.0% 감소한 113만1000원으로 나타났다. 1분위의 경우 공적이전소득의 비중이 큰데, 지난해 3분기에 국민 하위 88%를 대상으로 1인당 25만 원씩 지급하는 국민지원금의 효과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반면, 1분위의 평균소비성향은 1년 전보다 8.7% 상승한 138.1%로 나타났다. 분배 정도를 보여주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75배로, 1년 새 0.41배P 늘어 소득 격차가 다소 악화됐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70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6.2%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야외활동이 늘어나자 음식·숙박(22.9%), 오락·문화(27.9%), 교통(8.6%), 의류·신발(15.3%) 등에서 지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반면, 식료품·비주류음료(-5.4%), 가정용품‧가사서비스(-9.1%) 등에서는 지출이 줄었다. 처분가능소득 중 소비 지출에 쓴 돈의 비중을 의미하는 평균소비성향은 1년 전보다 2.8%포인트(p) 상승한 70.2%로 나타났다.
음식·숙박 지출은 외식 등 식사비(21.0%)와 호텔·콘도 등 숙박비(58.6%)가 큰 폭으로 늘면서 22.9% 증가했다. 오락·문화도 단체여행비(384.8%), 운동 및 오락서비스(53.0%) 등의 지출이 증가해 27.9% 늘었고, 의류·신발 지출도 신발(23.6%) 등의 영향으로 14.3% 증가했다.
다만, 물가 상승에 따른 효과를 제외한 실질 소비지출 증가율은 0.3%에 그쳤다. 소비 지출이 6.2% 증가한 것은 대체로 물가가 오른 영향이 컸고, 가계가 씀씀이 자체를 키운 것은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가령 교통 지출은 1년 전보다 8.6% 늘었는데 실질적으로는 1.8% 감소했다. 자동차구입(-15.7%) 지출 등은 감소했지만, 유가 인상으로 운송기구연료비 지출이 20.7% 급증했기 때문이다.
세금, 사회보험료, 가구 간 이전 등 비소비지출은 101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6.6% 늘었다. 가구간 이전지출(10.6%), 이자비용(19.9%), 사회보험료(6.5%) 등이 늘어난 영향이다. 특히, 이자비용은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큰데, 최근 금리 인상에 영향을 받아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