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기업도 자금조달 ‘전전긍긍’…장기어음·기업대출·계열사 지원까지

입력 2022-11-17 16:34 수정 2022-11-1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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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SK(주)는 3년물과 5년물 기업어음(CP)를 각각 1000억 원씩 발행했다. CP는 기업이 단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기 때문에 만기가 1년 이내로 짧은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기업과 공공기관들마저 회사채 발행에 난항을 겪으면서 장기 CP로 방향을 바꿨다는 게 시장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부의 유동성 공급 대책 이후 채권시장은 다소 진정세에 접어든 모습이지만,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은 여전히 척박하다.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기업마저 회사채 발행에 난항을 겪으면서 돈줄이 마른 기업들은 장기 기업어음(CP), 은행 대출, 계열사 차입까지 불사하며 유동성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일 기준 CP 발행잔액은 114조6159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82조8607억 원)와 비교하면 32조 원 가까이 급증했다. 이 중 만기가 1년 이상인 장기 CP 규모는 34조 원으로 전체의 29.7%가량을 차지한다.

올해 들어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카드사와 캐피탈사를 중심으로 만기 6개월 이상의 CP 발행이 크게 늘어나기도 했지만, 신용등급이 AA+로 초우량한 SK마저 회사채 발행이 아닌 장기 CP로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시장의 위기의식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반면 회사채 시장은 6년 만에 상환액이 발행액을 넘어선 ‘순상환’ 상태로 전환됐다.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꺼리고 있어서다. 지난달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한화솔루션(AA-), LG유플러스(AA)는 모집 금액보다 적은 주문을 받으며 완판에 실패했다.

은행 대출 창구로 향하는 대기업도 늘었다. 한국은행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달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1169조2000억 원을 기록했다. 대기업 대출은 한 달 새 9조3000억 원 늘며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그런가 하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으로 유동성 위기에 부딪친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롯데홈쇼핑 등 계열사로부터 1조1000억 원의 차입금을 빌리기도 했다.

문제는 ‘풍선효과’다. 국고채, 회사채 금리 상승세가 꺾인 것과 달리 CP(91일) 금리는 전날 5.26%까지 치솟으며 연일 연고점을 새로 쓰고 있다.

기업들의 장기 CP 발행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도 크다. CP를 장기물로 발행하면 회사채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시장 교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찬바람 부는 회사채 시장이 더욱 위축될 공산이 크다.

내년까지 이어질 기준금리 인상으로 덩달아 높아질 대출금리 역시 기업들이 치러야 할 비용을 늘린다. 더구나 지난달 중순 이후 자금시장이 급속도로 경색된 점을 고려하면 기업대출 규모는 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연말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조정 여부도 불안 요인이다.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돈맥경화’가 한풀 꺾이더라도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기업의 수익성 저하, 이자 부담 증가 등으로 신용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신용위험에 대한 경계감이 상당히 높아져 있어 연초 단기자금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연초효과’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1분기까지는 기업들의 은행 차입 등 간접 자금 조달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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