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연애 예능 속 불편한 돈 자랑

입력 2022-11-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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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재산 있으니 몸만 오면 돼요.”

최근 인기리에 방송 중인 한 데이팅 프로그램에 나온 출연자가 한 말이다. 경매와 미용실, 식당을 운영하며 수십억 원을 모았다는 그녀는 자신을 리치(Rich·부자) 언니라고 소개했다.

‘연애할 때 조건은 따지지 않는다’란 의미였지만, 이후 그녀의 행동들을 연관을 지어 생각해보면 ‘연애도 돈으로 하겠다’는 자만으로 보이기 충분했다.

웃자고 보는 예능을 다큐멘터리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이 프로그램이 극사실주의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찢어지게 가난하던 김고은(작은 아씨들, 오인주 역)이 하루아침에 700억 원 주인이 되고, 8000억 원을 쫓던 송중기(재벌 집 막내 아들, 윤현우 역)가 재벌집 막내 아들이 되는 설정에 동조하는 사람은 없다. 그저 판타지로 받아들일 뿐이다.

하지만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모티브로 한다. 돈이 없어 결혼은커녕 연애마저 포기하고 있는 요즘 ‘우동 먹고 싶을 땐, 일본에 다녀온다’는 출연자 말에 공감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해 19~34세 비혼 청년 10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10명 중 7명이 ‘나는 솔로’라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50%) 이란다.

시청률을 향한 제작진의 욕심일까,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한 솔로들의 조바심일까. 리치 언니 이후 ‘자기소개에서 재력 과시는 역효과’란 공식이 생겼지만, 출연자들은 여전히 자신의 부(富)를 과시한다. 이들이 매년 집 한 채를 사기 위해 얼마큼 일했는지, 회사를 취미로 다니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관한 설명은 없다.

그렇다면 실제로 솔로들에게‘로맨스=돈’일까. 결론만 말하자면 아니다. 여유가 없어 연애를 못 한다고 해도 이들이 이성을 볼 때 재력은 우선순위가 아니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지난해 발표한‘MZ 세대(25~39세) 미혼남녀가 원하는 배우자상’ 조사를 보면 90%의 응답자들이 ‘배우자의 성격과 가치관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다.

한창 연애할 시기인 20대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경제적 조건’(37%)보다 ‘내적 성향’(88%)을 본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돈 때문에 인생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사랑)마저 지워버린 청년들에게 프로그램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적어도 내 친구나 동료의 ‘판타지’는 아닐 것이다. 극 사실주의를 표방하고 있다면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을 좀 더 섬세하게 그려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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