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실적 높여라" 고민 깊어지는 금융그룹

입력 2022-11-2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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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금융지주 3분기 이자이익 12조5733억 '사상최대'
지난해 이자이익, 총이익의 82.5%…"60%까지 낮춰야"
KB '리브엠'·신한 '땡겨요', '혁신서비스'로 타업종 진출
우리 '증권사 인수'·하나 '롯데카드 인수' 추진…사업다각화
"내년 금산분리 규제 완화 시 미래 먹거리 사업 확대" 기대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의 이자이익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장기적으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해야만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안정적으로 그룹을 이끌어 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시대에 금융지주가 과도한 이자 장사로 자신들의 배만 불렸다는 비난에도 대응할 필요가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이자이익은 12조5733억 원, 누적 이자이익은 36조73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금융지주별로 KB금융이 2조8974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금융 2조7160억 원, NH농협금융 2조4202억 원, 하나금융 2조2947억 원, 우리금융 2조2450억 원 순이었다.

사상 최대 이자이익을 앞세워 5대 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5조8261억 원에 달한다. 고물가, 고금리 상황에 금융지주사들은 이자이익을 앞세워 곳간을 채우고 있다. 문제는 실적 자체가 지나치게 이자이익에 치우쳐져 있다는 점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5대 금융지주가 벌어들인 총이익(이자이익+비이자이익)은 54조4000억 원이다. 이 중 이자이익이 44조9000억 원으로, 총이익의 82.5%에 달한다.

금융지주사의 이자이익은 대다수가 은행을 통해 벌어들인다. 생명보험, 증권, 캐피탈, 손해보험, 저축은행 등을 통해 거둬들이는 이자이익이 있지만, 은행을 통해 벌어들이는 비중이 비은행 전체보다 많다. 농협금융의 경우 올해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이 6조9871억 원인데, 이 중 은행의 이자이익이 5조295억 원으로 72%에 달한다. 만일 은행이 무너지는 일이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정치권과 금융권에서는 이자이익에 매몰된 금융지주의 수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글로벌 100대 금융회사의 이자이익 비중이 60% 수준인데, 국내 금융지주사들도 이자이익 비중이 이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지주사들도 이 점을 인식하고 비은행 수익비중을 높이려는 방안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2019년부터 '리브엠'을 통해 금융권에서 최초로 알뜰폰 사업에 진출했다. 기존 금융서비스에 통신서비스 융합을 추진해 알뜰폰 시장에서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3년 새 가입자 수가 35만 명을 넘어서는 등 시장 내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배달 플랫폼 '땡겨요'를 통해 배달앱 시장에 뛰어들었다. 10월 말 기준 회원 수 137만 명을 달성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리브엠'이나 '땡겨요' 모두 기존의 금융업과 전혀 다른 업종으로의 진출이다. 그동안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에 따라 은행 등 금융회사는 다른 업종으로 진출이 제한됐다. 국민은행의 통신업 진출과 신한은행의 유통업 진출은 금융당국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한시적으로 허용된 사례다.

금융당국은 금산분리 원칙을 내년 초 개선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금융지주들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금융권 내 사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우리금융은 증권사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주 전환 이후 증권사 인수 의지를 내비쳐 왔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증권부문 등 기업가치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만한 무게감 있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도 올해는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나금융도 지난 9월 롯데카드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하며 카드 사업 경쟁력 높이기에 나서고 있다. 하나카드가 롯데카드를 인수하게 되면 업계 상위권으로 진입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도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꾸준히 외치고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대하려 하지만 규제 장벽과 대내외적 변수로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내년 정부가 금산분리 규제를 개선하면 금융업과 비금융업에 대한 시너지를 통해 미래 먹거리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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