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세우는 글로벌 전략] 신남방서 기회 찾은 K-리딩뱅크, '퀀텀점프' 나선다

입력 2022-11-21 18:00 수정 2022-11-2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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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사업 확장하고, 현지은행 인수 나서

“젊고 역동적이다.”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는 신남방국가들. 그중에서도 베트남과 캄보디아는 핀테크 등 신산업 발전속도가 그 어느 곳보다 빠르다. 1980년대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한국과 똑 닮은 모습이다.

이에 우리나라 은행들은 이들 지역에 대한 관심이 깊다. 특히 우리 은행들은 한계에 직면한 국내 금융산업의 돌파구를 이곳에서 찾고 있다. 성과도 있다. 그 어느 나라보다 발 빠르게 진출한 이 시장에 안착한 데 이어, 리딩 금융사로의 성장을 꿈꾸고 있다.

좌절도 있었다. 전 세계 금융산업의 게임 법칙을 바꾼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탓이다. 코로나19 당시 베트남과 캄보디아에 진출한 우리 은행들은 셧 다운을 경험했다. 건물 봉쇄가 길어지면서 일주일간 직원들이 은행 안에 갇힌 채로 격리되기도 했다.

현지 정부가 시내 구석구석 봉쇄를 하는 바람에 출근했지만, 마음대로 밖을 돌아다닐 수 없는 비상 상황이었다. 지정된 장소를 벗어나면 경찰들의 매질까지 이어질 만큼 현지 상황은 흉흉했다.

그러나 한국인 특유의 끈기와 투지는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우리 은행들은 코로나19 사태를 오히려 체질개선을 이룰 기회로 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신성장 동력을 키워 나가기 위한 전략 전환의 계기로 삼았다.

본격적으로 맞이하게 될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국내 은행들은 그간 성과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투데이가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직접 찾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국내 은행들을 만나봤다.

신남방국가에 대한 국내 은행의 투자는 최근 10년 새 크게 늘었다. 특히 베트남이 2012년 4.0%에서 올해 상반기 11.2%로 7.2%포인트(p)나 증가했고, 캄보디아는 0.4%에서 7.3%까지 비중이 늘었다.

국내 은행들이 이들 나라를 찾는 이유는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하기는 했으나 이들 지역의 경제성장률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8.3%로 전망했고 올 초 국제통화기금(IMF)은 베트남의 GDP 성장률을 7%로 내다봤다. 미국의 올해 GDP 전망치가 2.3%, 한국은 2.6%인 것을 고려하면 약 3배가 넘는 경제 성장세다. 캄보디아 역시 비슷하다.

한계에 직면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베트남ㆍ캄보디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은 국내 은행들은 이미 이들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은 이에 안주하지 않고 또 한 번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베트남 진출한 韓은행들, 양·질적 측면서 모두 성장

올해는 한-베트남 국교 수립 30주년이다. 1992년 국교 수립 이래 양국 간 교역 규모는 2021년 161배로 급성장했다. 베트남은 작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4대 교역 대상국이자 아세안 제1위 교역 대상이다.

활발한 교역 만큼 금융 분야에서도 양국은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특히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은행들은 그동안 양적·질적 측면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가장 먼저 베트남에 진출해 법인을 설립한 신한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1억 800만 달러를 기록하며,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 중에서도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신한은행뿐만이 아니다. 우리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들 대부분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해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금융사의 베트남 점포 총자산은 약 184억 달러 규모로 전년(150억 달러) 대비 33억 달러가량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3억2000달러로 2020년(2억3000달러) 대비 약 1억 달러가 늘었다.

베트남 양대 경제 거점인 하노이와 호찌민에서 확고한 자리매김에 나선 우리 은행들은 경쟁력 확대를 위한 또 한번의 ‘퀀텀 점프’를 준비하고 있다.

‘K-디지털’을 내세운 신한은행은 디지털 사업 전담 조직인 ‘퓨처뱅크그룹’을 출범시키며 현지 은행과의 한판 승부를 나섰다. 하나은행은 지분 15%를 보유한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과 손잡고 경계 확장에 나서고 있다. 농협은행은 농업금융의 강점을 통해 저변을 넓히고 있다.

영업 정상화 나선 은행들… 캄보디아 리딩뱅크 목표

동남 아시아 5개국을 흐르는 메콩강 하류에 있는 캄보디아는 글로벌 금융 각축장이다. 150여 개 달하는 국적의 금융기관들이 진출해 있다. 수도인 프놈펜에는 편의점보다 은행을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프놈펜 시가지 곳곳은 고층빌딩이 건설이 한창이다. 코로나19로 멈췄던 공사가 재개된 것이다. 코로나19로 끊겼던 관광객도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코로나 19 팬데믹 이전의 10~20% 정도 회복한 상태다. 특히 캄보디아는 이달 10~13일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관광 산업 정상화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우리 은행들도 다시 정상 영업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한은행이 2007년 신한크메르은행을 캄보디아에 출범시키면서 국내 은행 최초로 캄보디아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 은행들 뿐만 아니라 지방은행, 저축은행들까지 캄보디아 시장 진출에 합류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지에서 1위 업체는 캐나다 은행인 ABA 뱅크다.지난해 10월 캄보디아 4위 은행인 프라삭 뱅크의 지분 100%를 인수한 KB국민은행은 내 후년 초까지 현지 캄보디아 법인과 프라삭 뱅크를 합친 통합 상업은행을 출범한다. KB국민은행은 프라삭 뱅크의 네트워크와 KB국민은행의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현지 리딩뱅크에 올라설 계획이다.

순이익 기준으로 지난해 7위를 기록했던 우리은행도 내실 다지기에 돌입한다. 자산 규모로 아직 톱10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우리은행은 성장과 내부통제 투 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내년 초 자산규모 톱 10을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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