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에 인색해진 미국…성탄절 선물 구입 줄이고, 기부 덜한다

입력 2022-11-21 15:09 수정 2022-11-2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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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심리지수 2009년초 이후 최악
임대료·대출이자는 오르는데, 임금 상승률은 미미
크리스마스 선물 계획, 작년 16개→올해 9개로 줄어
500달러 이하 소액 기부자 급감

▲미국 뉴욕에 있는 메이시스 백화점 앞에서 한 시민이 양손 가득 물건을 사들고 걸어가고 있다. 뉴욕(미국)/AP뉴시스
▲미국 뉴욕에 있는 메이시스 백화점 앞에서 한 시민이 양손 가득 물건을 사들고 걸어가고 있다. 뉴욕(미국)/AP뉴시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미국 소비자들이 인색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플레이션으로 생활비 부담이 커지고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올해 연말 개인들의 소액 기부나 성탄절 선물 구매에 대한 지출이 줄어들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미시간대학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가계심리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실업률이 치솟았던 2008년 말~2009년 초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초 인구조사국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41%인 약 9500만 명이 가계 필수 지출을 감당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고금리와 고물가로 아파트 임대료나 대출 이자는 늘어난 반면 임금 상승률은 물가상승률에 한참 못 미치면서 개인들의 구매력이 떨어진 영향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마이애미에서 세 아이를 둔 한 여성은 “침실 2개짜리 아파트 임대료가 2020년 월 1365달러였는데, 올해 봄 2600달러(약 352만 원)로 올랐다”면서 “아이들에게 지난 몇 년간 여러 개의 작은 선물을 해줬지만, 올해에는 정말 가지고 싶은 선물 한 개만 정하라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컨설팅업체 딜로이트가 지난 9월 5000명 시민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올해 미국인은 평균 9개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구매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는 평균 16개 선물을 구입하겠다는 응답이 나왔다. 가구당 선물 구매 지출 예상액도 지난해 평균 1463달러에서 1455달러로 소폭 줄어들었다. 금융웹사이트 뱅크레이트가 241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4%가 연말연시 쇼핑에 대해 “쿠폰과 할인 이벤트에 의존하며 더 적은 품목을 구매하고 선물도 더 저렴한 것으로 택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에 대응에 판매 가격을 올렸던 일부 기업들은 연말 재고 관리 차원에서 가격을 내리고 있지만, 일부 중소업체는 큰 폭의 할인을 감당할 수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개인들의 연말연시 기부행렬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기빙USA파운데이션에 따르면 매년 미국의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기간은 전체 자선 기부금의 20~30%를 차지한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늘어나고, 기부금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키바(Kiva)가 응답자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4%가 자금 부족으로, 42%는 기부는 특권층이 해야 하는 것이란 이유로 지난해보다 기부를 덜 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비영리단체 기빙투스데이는 올해 미국 전역에서 500달러 이하 소액 기부자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2분기 전체 기부액은 6.2% 증가하는 데 그쳐 같은 기간 8%가 넘는 인플레이션율을 따라잡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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