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개막식 등장한 모건 프리먼에 ‘스포츠 워싱’ 꼬리표…BTS 정국에도 불똥 튀나

입력 2022-11-2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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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화려한 막을 올렸습니다.

20일 오후 5시 40분(이하 현지 시각)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에서는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 등이 퍼포먼스를 펼치며 지구촌 축구 축제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을 거치며 모두가 손꼽아 기다려온 대형 스포츠 이벤트지만, 일각에서는 혹독한 비판 세례가 쏟아져 눈길을 끕니다. 일부 방송사는 카타르 월드컵의 개막식을 주요 채널에서 중계하지 않으며 ‘보이콧’을 선언했는데요. 영국 공영방송 BBC가 축구 전문 채널 BBC One에서 개막식을 생중계하지 않은 일이 대표적입니다. 카타르 월드컵 개회식을 장식한 미국 배우 모건 프리먼에게 ‘손에 피를 묻힌 배신자’라는 날 선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엿새 앞둔 14일(현지 시각) 오후 도하 시내 건물에 손흥민이 새겨진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시스)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엿새 앞둔 14일(현지 시각) 오후 도하 시내 건물에 손흥민이 새겨진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시스)

◇ 화려한 도시 이면의 인권 문제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는 유독 ‘최초’ 타이틀이 많이 붙습니다. 최초의 중동 월드컵, 최초의 겨울 월드컵, 최대 비용을 들인 월드컵…. 석유와 천연가스 등 막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카타르는 앞서 모든 월드컵 개최국들이 쓴 경기 비용을 훌쩍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월드컵을 기획했습니다. 18일(현지 시각) 독일 도이치벨레(DW)에 따르면 이번 카타르 월드컵 개최 비용은 약 2290억 달러(한화 약 310조 원)입니다. 직전 대회인 제21회 러시아 월드컵 개최 비용이 116억 달러, 제20회 브라질 월드컵이 150억 달러인 사실을 고려하면 입이 벌어질 정도의 막대한 규모죠. 카타르는 다른 차원 수준의 ‘오일 머니’를 앞세워 그라운드에 에어컨이 나오는 최첨단 경기장을 만들고, 지하철을 깔고, 수도 도하의 중심지 코니시 로드에 마천루를 건설하며 월드컵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화려한 월드컵을 바라보는 모두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주최국 카타르의 ‘인권’ 문제가 수차례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월드컵 경기장 건설 현장에 동원된 이주노동자들의 인건비를 과도하게 낮게 책정하거나, 사고가 발생하면 곧바로 국외 추방해버리는 행태는 국제 사회의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카타르가 월드컵 유치에 성공한 2010년 이후, 월드컵 경기장 건설 현장에서는 지금까지 약 65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노동자 대부분은 남아시아 출신 외국인 근로자들입니다. 이들은 이민법 위반으로 적발될 경우,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한 채 강제 구금되거나 국외 추방되죠.

카타르의 인권 유린 문제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카타르는 여성의 혼외 성관계 및 출산을 금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카타르 형법은 동성 관계를 포함한 혼외 성관계를 한 자에게 최고 7년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무슬림일 경우 샤리아법(이슬람의 기본법)에 따라 사형 선고까지 가능합니다. 2020년에는 공항 화장실에서 신생아가 발견되자 아이를 버린 여성을 색출한다며 항공기에 있던 여성들에게 강제로 자궁경부 검사를 받도록 했습니다.

인권 유린 문제가 지속해서 불거지자, 프랑스 파리, 마르세유, 릴 등 도시들은 월드컵 시청을 위한 대형 스크린과 팬존을 설치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이번 월드컵에 사실상 보이콧을 선언했습니다.

영국 축구 전문 채널 BBC One의 ‘매치 오브 더 데이(Match Of The Day)’의 진행자 게리 리네커는 개막식 대신 환영사를 통해 월드컵 중계 시작을 알렸습니다. 당초 BBC는 개막식을 중계하다가 2분 만에 중단, 나머지 영상은 온라인을 통해서 송출했는데요. 리네커는 온라인 스트리밍 영상에서 “역사상 가장 논란이 많은 월드컵”이라며 “FIFA가 2010년 카타르를 2022년 월드컵 개최지로 선택한 이래 입찰 과정에서의 부패부터 많은 노동자의 죽음까지, 카타르는 큰 문제에 직면해 왔다”고 질타했습니다.

▲20일(현지 시각)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 꾸민 미국 배우 모건 프리먼(왼쪽)과 가님 알 무프타 (AP뉴시스)
▲20일(현지 시각)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 꾸민 미국 배우 모건 프리먼(왼쪽)과 가님 알 무프타 (AP뉴시스)

◇ 카타르 월드컵에 ‘스포츠 워싱’ 비판도

카타르 월드컵은 ‘스포츠 워싱’ 논란에도 직면하게 됐습니다. ‘스포츠 워싱’이란 국가나 조직이 스포츠 정신과 게임 열기를 앞세워 인권 유린 등과 같은 부정적 평판을 세탁하려는 움직임을 일컫는데요. 개막식 오프닝 내레이션 담당으로 등장한 미국 배우 모건 프리먼에게도 이와 관련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85세의 노장 배우 모건 프리먼은 카타르 월드컵 개회식에서 희귀 척추 장애를 이겨낸 카타르의 20세 인플루언서 가님 알 무프타와 등장해 공감과 연대, 포용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앞서 프리먼은 2010년 12월 FIFA 본부에서 열린 2022 월드컵 유치 결정 투표 전 최종 프레젠테이션에 등장해 미국 개최를 어필하기도 했죠. 그가 수많은 대작에 출연한 명배우로서 압도적 존재감을 보여준 건 사실이지만, SNS 등지에서는 “배우가 축구 행사에 왜 나오냐” 등의 의문이 퍼졌습니다. 일각에서는 ‘프리먼이 카타르 측의 스포츠 워싱에 동조했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영국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 역시 카타르 월드컵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매서운 비판을 받았습니다. 베컴은 카타르 수도 도하의 해안 산책로를 걷는 장면이 들어간 광고 등으로 1억5000만 파운드(한화 약 2400억 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의 유명 코미디언이자 양성애자인 조 라이셋은 베컴의 행보에 반대하는 뜻에서 지폐 1만 파운드(한화 약 1600만 원)를 분쇄기에 넣고 갈아버리는 영상을 공개했죠.

▲20일(현지 시각)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 공연에서 BTS멤버 정국이 대회 OST인 ‘드리머스’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20일(현지 시각)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 공연에서 BTS멤버 정국이 대회 OST인 ‘드리머스’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 K팝 가수 최초로 월드컵 주제가 부른 BTS 정국

연예계 스타들의 보이콧도 이어졌습니다. 영국 록스타 로드 스튜어트는 시사지 ‘타임’을 통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공연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100만 달러(한화 약 13억 원)가 넘는 큰돈을 제안받았다”면서도 행사 참여를 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가수 두아 리파 역시 인스타그램을 통해 “내가 월드컵 개막식 공연을 할 거라는 예상이 있지만, 나는 무대에 오르지 않는다”며 “카타르가 월드컵 개최 결정 후 내세운 모든 인권 공약을 이행했을 때 방문하겠다”고 소신을 피력했습니다.

카타르 측은 비판을 의식한 듯 월드컵에서 다양성 존중을 강조했습니다. 셰이크 타밈 카타르 국왕은 “우리를 분열하는 것은 제쳐놓고, 우리의 다양성과 우리를 하나 되게 하는 것을 축하하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며 “모든 참가 팀이 멋진 축구 경기력과 높은 스포츠맨십, 여러분 모두에게 기쁨과 설렘이 가득한 시간이 되길 기원한다. 선함과 희망으로 영감을 주는 날들이 있게 하길”이라고 밝혔습니다.

모건 프리먼과 가님 알 무프타가 개막식 첫 무대에 등장한 것 역시 비판적인 시선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다양성을 획득하고자 한 시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도 개막식에서 화려한 무대를 꾸몄습니다. 그는 월드컵 마스코트인 ‘라이브(La’eeb)’의 풍선이 떠 오른 후 등장해 월드컵 공식 주제가 ‘드리머스(Dreamers)’를 열창했습니다. 중간엔 카타르 가수인 파하드 알쿠바이시가 나타나 정국과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 올렸죠. K팝 가수가 월드컵 공식 주제가를 부르고 개막식 무대를 꾸민 것은 정국이 처음입니다. 현장에서는 “대한민국”을 외치는 응원 구호도 흘러나오며 열기를 더했습니다.

많은 의미에서 관심이 집중된 2022 카타르 월드컵은 20일 진행된 개최국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조별리그 A조 1차전을 시작으로 다음 달 18일 오후 6시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결승전을 치를 때까지 29일간 펼쳐집니다. 카타르 월드컵이 인권 유린 논란을 딛고 진정한 화합과 연대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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