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중국 경계심에 바뀌는 세계 경제지형…한층 돈독해진 미국·유럽

입력 2022-11-2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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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노선 따라 세계 경제 재편 일어나고 있어
미국, 올해 대유럽 수입이 대중국 넘어서
미국과 유럽, 서로에 대한 FDI도 10% 이상 증가
중국, 과도한 코로나 규제에 유럽 기업들 등 돌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재계와 노동계 지도자들과 만나고 있다. 워싱턴D.C.(미국)/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재계와 노동계 지도자들과 만나고 있다. 워싱턴D.C.(미국)/AP뉴시스
우크라이나 전쟁과 더불어 중국을 향한 서구권의 경계심이 강해지면서 세계 경제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대서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 유럽 간 무역과 투자가 매우 활발해졌다는 것이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미국은 중국보다 유럽에서 더 많은 상품을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대중 수입이 더 많았던 1월과 달리 올해 2월부터 9월까지는 대유럽 수입이 중국을 웃돌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독일의 경우 대미 수출이 9월에만 전년 동월 대비 50% 폭증했다. 중국이 지배적인 무역 파트너였던 2010년대와 확연히 달라진 셈이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 관계가 한층 돈독해지는 것은 동서 노선을 따라 세계 경제를 재편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WSJ는 분석했다. 미국은 러시아를 대신해 유럽의 주요 천연가스 공급국으로 떠올랐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을 거치면서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경계하게 된 유럽이 미국을 대체국으로 선택하고 있다.

독일기계공업협회(VDMA)는 자국 기계공업 업체들의 올들어 9월까지 대미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0% 늘어난 180억 유로(약 25조747억 원)라고 밝혔다. 반면 같은 기간 대중 수출은 140억 유로로 지난해보다 3% 줄었다. 랄프 위처스 VDMA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경제 문을 여는 동안 중국 내에선 코로나19 봉쇄 등 장애물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긴축에도 올해 미국의 수요가 상당한 탄력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분석국은 올해 미국이 2019년보다 3분의 1가량 더 늘어난 규모로 상품과 서비스를 수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탄탄한 미국 경제에 유럽의 대미 수출이 탄력을 받는 것이다.

무역은 물론 미국과 유럽의 서로에 대한 직접투자도 최근 수년간 매우 활발해졌다. 지난해 유럽의 미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전년 대비 13.5% 증가한 약 3조2000억 달러(약 4336조3200억 원)에 달했다. 유럽에 대한 미국의 FDI도 약 10% 늘어나 4조 달러에 육박했다. 반면 중국에 대한 미국의 FDI는 1180억 달러로 전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로디움그룹은 “유럽 기업들이 투자를 다변화하고 있다”며 “중국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건비도 올랐고, 무엇보다 기업들은 코로나19 규제를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벨기에 화학회사인 솔베이의 일함 카드리 최고경영자인(CEO)는 “지정학적 맥락에서 중국보다 미국을 훨씬 선호한다”고 말했다. 최근 솔베이는 미국에 전기자동차 배터리 제조 시설을 건설하는 8억5000만 달러 투자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사이에도 장애물이 있다.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서방 국가들이 보호주의 정책을 구사하면서 동맹국에도 영향을 주게 됐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자국 업체들까지 차별한다며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도 마찬가지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EU와 미국의 최근 경제 관계가 과거보다 더 강해졌다”면서도 “양측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세계적인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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