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으로 내년 초에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어도 그것이 곧 기준금리 하락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당분간 고금리는 유지될 것이다. 높은 금리로 경기침체 부작용이 커진다면,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와 같은 저금리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2030년까지의 중기 미래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을 것이다. 세계질서의 다극화, 국가자본주의에 따른 글로벌 경제체제의 혼란스러움과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부담은 부동산 경기를 더욱 어렵게 할 가능성이 크다. 소득이 증대하지 않는데 부동산 가격만 오를 수 없다. 일부 전문가는 여전히 부동산 대세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중기 미래에 부동산 가격이 완만하게 상승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봐야 할 것은 2030년 이후의 장기 미래다.
우리를 둘러싼 메가 트렌드는 부동산 경기의 장기 미래를 어둡게 한다. 인구구조 변화, 기후변화, 디지털 기술 발달 등의 메가 트렌드는 부동산 경기의 그림자를 더욱 짙게 한다.
우리나라의 인구구조 변화는 일본보다 가파르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30년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수명은 91세, 남성은 84세로 세계 최장수국이 된다. 이에 반해 한국사회의 출산율은 2022년 2분기 0.75에 불과하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와 홍콩보다 낮다. 일본의 빈집보다 한국사회의 빈집은 더 가파르게 늘어날 것이다.
기후변화는 에너지 위기, 식량 위기, 도시의 위기를 의미한다. 기후변화로 화석연료를 마음껏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신재생 에너지로의 이행은 더디기만 할 것이다. 이는 전기료 등 에너지 가격을 더욱 높일 것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고층빌딩에 대한 선호를 낮출 것이다. 고층빌딩은 엘리베이터 운행으로 인해 전기를 많이 사용할 뿐만 아니라, 충분한 단열재를 쓸 수 없게 하여 난방비 지출을 늘린다. 식량안보의 필요성은 도시 농업의 가치를 높이며, 탄소배출 0의 빌딩과 도시는 기존 도시의 재편을 강제할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대도시가 주는 편의를 모든 중소도시와 농촌에도 허용할 것이다. 2030년 이후의 무인자동차, 로봇 및 메타버스 등 디지털 기술은 중소도시와 농촌 거주를 대도시 거주보다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다. 완전한 무인자동차는 24시간 대중교통체계를 가능하게 할 것이며, 무인자동차와 로봇은 물류 시스템의 자동화로 굳이 대도시에 거주할 필요성을 줄일 것이다. 메타버스는 가상실재(Virtual Presence) 기술을 가능하게 하여, 일자리에 있어서 출근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실제 출근한 것과 다르지 않게 할 것이다. 의료 사물통신과 의료용 인공지능, 약품 배송자동화 등은 대도시와 중소도시 간의 의료격차를 확연히 낮출 것이다.
이 밖에도 도시노후화, 원격근무의 법제화, 식량안보와 에너지안보에 대응하기 위한 식량과 에너지 자급자족형 도시의 출현도 기존 도시에서 탈출하여 중소도시와 농촌으로 이주하게 할 것이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거의 모든 메가 트렌드가 부동산 경기를 어둡게 한다. 도시화율이 90%가 넘으며,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옹기종기 몰려 사는 한국사회의 미래는 오히려 역도시화로 진행될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며, 기후변화가 이를 강제할 것이다.
한국사회가 큰 위기에 처했다. 부동산 위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과 소진된 혁신역량이 위기다. 그 위기의 중심에는 높은 부동산 가격이 있다. 부동산 가격이 소득에 비해 너무 높으니, 청년이 결혼할 엄두를 못 낸다. 부동산에만 돈이 몰리니 창업과 혁신에 투자할 돈과 거기에 몰입할 의욕이 말랐다. 현재의 부동산 위기를 한국사회의 근본 위기를 극복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욕망의 단절이며, 새로운 정치경제 시스템을 만들어 내기 위한 사회적 상상력과 용기다. 부동산에 대한 우리의 미신, 관념과 신념을 바꿔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