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딜레마'에 빠진 주택건설업계

입력 2009-04-0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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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 한라비발디' 10일 입주모집 예정 불구 분양가 책정 못해

오랜 분양 가뭄 끝에 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주택건설업계가 분양가 책정을 놓고 눈치 작전에 들어갔다.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잇따라 분양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분양시장은 여전히 큰 폭의 활기는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방 분양시장은 여전히 청약 제로 현상이 나올 정도다.

그런 만큼 업체들도 분양에 신중할 수 밖에 없는 상태다. 자칫 또다시 대량 미분양을 안을 우려가 있고, 이 경우 곧장 금융권 대출이 어려워지고, 회사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등 자금 압박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천 청라지구에서 올 봄 분양 계획 물량 중 가장 먼저 분양에 나설 한라건설의 '청라 한라비발디'992세대는 불과 2~3일 후인 이달 10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예정해 놓은 상태지만 여지껏 분양가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먼저 분양을 실시하는 만큼 한라비발디가 책정할 분양가는 이달과 5월 공급을 계획하고 있는 건설사들에겐 중요한 사전정보인 셈이다. 한라비발디가 낮은 분양가를 책정하면 울며겨자먹기로 낮은 분양가를 내놓을 수 밖에 없으며,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면 그만큼 숨통이 트이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청라지구에 분양을 준비 중인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단지별로 약간의 입지차이는 있어도 기본적으로 같은 지구 내 물량인 만큼 분양가는 중대한 청약 선별요소가 될 것"이라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물량도 분양가 상한선보다 크게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청라 한라비발디만 보더라도 분명히 알 수 있다. 청라지구에서는 지난 2월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웰카운티'19단지 464세대를 공급해 1순위 청약에서 3.8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선전한 바 있다. 이 때 인천도시개발공사가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에 책정한 분양가는 3.3㎡당 평균 1171만원이다.

역시 85㎡초과 중대형 물량으로 이루어진 청라 한라비발디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지만 웰카운티의 전례로 봐서 이보다 다소 높거나 아니면 유사한 선에서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라건설이 청라 한라비발디에 책정할 분양가는 웰카운티 분양가보다 낮은 3.3㎡당 1100만원 선이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간 아파트인 청라 한라비발디는 물량의 질이나 브랜드 가치면에서 웰카운티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결국 미분양을 피하기 위해 이보다 낮은 분양가를 책정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청라비발디가 예상보다 낮은 분양가를 책정할 것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라에 분양을 준비 중인 다른 업체들의 분양가 계산도 바빠지고 있다. 후발 분양 물량인 만큼 수요도 부족한 상태에서 분양가마저 높아버리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청라지구 뿐 아니라 서울과 기타 수도권지역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삼성물산이 공급했던 반포주공2단지 재건축 아파트 래미안퍼스티지의 경우 인근 반포주공3단지 재건축 단지인 GS건설 반포자이에 비해 4달 가량 늦게 분양했지만 오히려 분양가는 3.3㎡당 20만원 가량 낮은 3130만원 선에 책정한 바 있다. 앞서 분양한 반포자이에 비해 분양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고육책(苦肉策)'인 셈이다.

이러한 '분양가 눈치 작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분양시장이 어느정도 활성화될 때까지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는 건설사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써브 채훈식 리서치팀장은 "지난해 11월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진 이후 공급한 아파트의 성패는 결국 분양가가 갈랐다"며 "2주만 늦게 분양해도 금융비용을 핑계로 분양가를 3.3㎡당 100만원을 올렸던 시대는 가고 아파트 공급시장도 가격 경쟁을 하는 시대가 온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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