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해고 한파] 경기침체에 국내 산업계 ‘속앓이’…명퇴 늘고 채용 줄어

입력 2022-11-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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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2-11-23 18: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3고(高)에 허리띠 졸라매는 기업들
“대량 해고하는 미국과 국내 사정 달라”
성과급ㆍ혜택 줄어들 가능성도 있어
배터리 업계 등은 오히려 인력 확대 中
‘대규모 채용 약속’ 4대 그룹 눈치보기

▲지난 10일 '2022 하반기 글로벌 일자리 대전'에서 한 구직자가 채용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다. (뉴시스)
▲지난 10일 '2022 하반기 글로벌 일자리 대전'에서 한 구직자가 채용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다. (뉴시스)

글로벌 경기 침체가 내년까지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산업계에서도 인력 감원, 투자 축소 등 전사적 비용 감축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인력 효율화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으로 고물가ㆍ고금리ㆍ고환율 등 3고(高)에 처한 국내 기업들이 명예퇴직(희망퇴직)을 늘리고 신규 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제조 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명예(희망퇴직)이 확실히 예전보다 늘어나는 중인 것 같다”며 “채용 규모의 경우 최근 새로운 헤드카운트(TO)는 늘리지 않고, 대부분 기존 인원이 퇴사하면 그 자리에 대체 채용하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원자잿값 인상 등 여러 비용 가중이 심화하는 데다 최저시급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도 커지고 있어 내년에는 더 채용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일부 기업 명퇴자↑…성과급 잔치 끝날 수도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반도체 업계에선 다운사이클(하락 주기) 때마다 희망퇴직자가 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황에 따라 등락이 큰 만큼 기업에서 비용을 줄이고자 억대 연봉의 근로자에게 희망퇴직을 ‘권고’해 온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다른 업계에 있다가 반도체 회사로 처음 왔을 때 50대 직원을 보기가 힘들었다. 당시 회사에서 사무실 전등 두 개 쓸 거 하나만 쓴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다운사이클로 인한 희망퇴직이 실제로 많았다고 들었다”며 “최근 경기 침체에 따라 그때와 같은 모습이 일부 나타나는 듯하다”고 밝혔다.

다만 트위터, 메타 등 미국 IT 기업들이 줄줄이 대량 해고하는 상황은 국내에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년이 있는 국내 기업에서는 복지나 성과급을 줄이는 방식으로 허리를 졸라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해고와 채용 절차가 워낙 단순한 데다가 니즈가 없으면 해고하는 문화가 오래 정착돼있다. 그래서 이 특수성이 우리나라에 반영되긴 어렵고 인위적인 해고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대신 적체된 고연봉 직원 대신 신규 직원을 여럿 채용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수출 둔화가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반도체ㆍ전자 업계에서는 최근까지 벌여온 성과급 잔치가 더는 보기 어려울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에 기본급 100%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삼성전자도 반도체와 스마트폰, TV 등 주력 사업부에 100%를 지급했다. 두 회사는 생산성 목표 달성에 따라 지급하는 격려 차원의 인센티브인 생산성 격려금(PI)와 연간 실적에 따라 1년에 한 번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 제도를 운영 중이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직접 해고는 사실상 어렵고 명예퇴직 또한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명퇴가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오히려 기업들이 PS, PI를 비롯한 복지 혜택을 줄이면서 비용 감소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당분간 ‘정년퇴직을 통한 인력 자연 감소'에 의존하며 인력감축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ㆍ기아의 생산직 근로자 가운데 약 3000명(1962년생)이 올 연말 정년퇴직으로 생산 현장을 떠나지만 생산직 신규 채용은 사실상 0명에 가깝다. 이런 추세는 2025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호황 업계, 인력 감축과 무관…4대 그룹은 ‘전전긍긍’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미시간주 배터리공장.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미시간주 배터리공장.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ㆍ석유화학ㆍ항공ㆍ조선업계의 사정은 다르다. 여객 수요 증가, 공장 증설 등에 따라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경기 침체에 따른 인력 감축 이야기가 다소 의아하다는 입장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사업 자체가 계속 성장하고 있고 대규모 투자로 공장도 짓고 있어서 오히려 신규ㆍ경력 채용을 늘리는 상황”이라며 “늘리면 더 늘렸지 명예퇴직을 늘리거나 신규 채용을 줄일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호황을 누리고 있는 정유 업계 또한 인원 감축 계획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다. 항공업계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여객 수요가 계속 늘 것으로 보고 선제적 채용에 나섰다. 조선업계는 기피 현상으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국내 4대 그룹은 윤석열 정부 출범에 맞춰 수십만 명 규모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었다. 이미 대규모 인원을 채용하기로 공언한 만큼 업황 둔화에도 채용 자체를 축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계획의 일환으로 많은 인력을 채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경기 침체 속에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속앓이하고 있을 것”이라며 “신규 채용 인원을 축소하는 것은 현실 가능성이 없고 비용을 줄이기 위한 다른 방법을 찾으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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