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대중 반도체 규제 강화 요구 미국에 반발

입력 2022-11-2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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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 장관 “중국에 무엇 판매할지 자체적으로 결정할 것”
미국과 수출 통제 회담 앞두고 자국 이익 지킬 것 강조

▲컴퓨터 회로판에 반도체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컴퓨터 회로판에 반도체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동맹국들을 향해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라고 압박하는 가운데 네덜란드가 반기를 들었다. 네덜란드 내에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으로 자국이 부당한 피해를 볼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리제 슈라인마허 네덜란드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우리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이 중국에 어떤 반도체 제조장비를 판매할지는 자체적으로 결정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안보, 경제적 이익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SML은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인 노광장비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미국이 예의주시하는 기업이다. 그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추구해온 ASML은 최첨단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는 중국에 수출하지 않고, 구형 ‘심자외선 노광장비(DUV)’만을 수출해왔다.

그러나 지난 10월 미국이 추가로 대중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와 슈퍼컴퓨터·인공지능(AI)에 사용되는 반도체 수출을 규제하면서 ASML은 미국 직원들에게 일시적으로 중국 고객에 대한 모든 서비스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미국은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일본 등 다른 동맹국들에도 규제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발리(인도네시아)/신화뉴시스
▲15일(현지시간)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발리(인도네시아)/신화뉴시스
그러나 네덜란드에서 미국의 압박 강화에 반대 의견이 급부상했다. 슈라인마허 장관은 “DUV마저 수출하지 못하게 된다면 우리의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슈라인마허 장관은 지난주에도 “미국은 네덜란드가 의심할 여지 없이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안을 채택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협상을 앞두고 무작정 제재에 동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계속 피력하는 것이다.

앨런 에스테베즈 미 상무부 산업·안보 담당 차관은 이달 수출 통제를 논의하기 위해 네덜란드를 방문한다. 그러나 이 회담에서 즉각적인 합의가 도출되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블룸버그는 예측했다.

유럽연합(EU)도 다음 달 5일 미국에서 열리는 제3차 미·EU 무역기술협의회(TTC)에서 관련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지난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5일 마르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와 만나 “우리는 경제와 무역 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에 반대해야 하며 산업과 세계 공급망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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