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빅 픽처?'…이태원 국정조사 내주고 입법 해소 '숨통'

입력 2022-11-2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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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일축하던 이태원 국정조사 여야 전격 합의
답보 상태이던 예산·정부조직개편·입법 숨통 트여
총선 1년 앞두고 정부입법 통과 0건이라 불가피
"무리한 국정조사 거부보단 정치적 합의 필요했다"
다만 세부협의는 부족했던 듯…대통령실, 불만 드러내
25일 尹-與지도부 만찬서 추가 조율할 듯

▲윤석열 대통령이 6월 1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대통령실 이전 기념 주민 초대 행사에서 용산 지역 소상공인 참여한 플리마켓 부스를 둘러보며 미소짓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6월 1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대통령실 이전 기념 주민 초대 행사에서 용산 지역 소상공인 참여한 플리마켓 부스를 둘러보며 미소짓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선을 그어왔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우여곡절 끝에 갑자기 속도를 내면서 분분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과 여당의 균열이 거론되는가 하면, 윤 대통령이 '교통정리'에 나서며 정치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교통정리론'은 합의 결과만 보자면 더불어민주당에 가로막혔던 입법의 숨통이 트이게 됐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빅 피처’라는 해석이다.

지난 23일 여야 원내대표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 직후 국정조사를 실시키로 합의했다. 조사 대상에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이 포함돼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국정조사에 대해 ‘정쟁만 일으킨다’며 일축해온 대통령실이 포함됐다는 점이 윤 대통령과 여당의 협의 여부에 대한 해석이 갈리게 된 주요인이다.

하지만 국정조사 협상이 타결되면서 답보 상태였던 예산 심사와 입법에 속도를 낸다는 합의도 함께 이뤄졌다. 예산의 경우 국정조사 실시를 전제로 걸어놨고, 정부조직개편안은 정책협의체를 두기로 했으며, 여야 대선공통공약추진단을 꾸리기로 했다. 또 인구위기, 기후위기, 첨단전략산업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현안에 대한 입법 대응 속도도 높인다.

▲주호영(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한 전격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주호영(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한 전격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출범 이래 한 건의 정부입법도 통과시키지 못한 윤석열 정부로서는 입법 협조는 국정조사를 내주더라도 얻어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총선을 1년여 앞둔 상황이라 표를 호소할 성과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더욱 시급하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입법 협조는 더 어려워져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4일 본지와 통화에서 “이태원 참사 특성상, 또 검경 수사 과정에서 정권 차원에서 큰 부담이 될 만한 요소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에 무리하게 국정조사를 거부하기보단 시급한 예산·정부조직개편·입법을 해내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한 국민의힘 의원도 “예산이야 민주당 입장에선 버티더라도 정부원안이 통과되는 건 막아야 하니 우리가 무리할 건 없었지만, 입법은 작은 법안 하나까지 덮어놓고 막고 있던 상태라 예산과 함께 정치적 합의를 해야 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상호(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첫 회의 시작 전 김교흥(가운데) 간사와 대화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조사기관에 대한 여야 이견으로 국민의힘 측이 불참해 연기됐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우상호(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첫 회의 시작 전 김교흥(가운데) 간사와 대화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조사기관에 대한 여야 이견으로 국민의힘 측이 불참해 연기됐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다만 국정조사 전격 합의가 윤 대통령과 상세히 협의된 건 아니었다. 특히 조사 대상의 경우가 그렇다. 대통령실에선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고, 대검 포함 여부를 두고는 합의 이튿날인 이날까지 여야가 다퉜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검 같이) 대상이 아닌 기관들을 부르는 부분은 국정조사 목적에 어긋나서 논란이 생기는 것”이라며 “대통령실도 경호처 정도나 빠진 것뿐”이라고 토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예산 등 필요성 때문에 여당과 국정조사 수용 협의를 한 건 맞는데 어느 선에서 디테일한 협의를 하고 결정했는지는 내부에서도 알지 못하는 상태”라며 “(윤 대통령과 가까운) 장제원·권성동·이철규 의원 등이 국정조사 수용 의원총회에 불참한 것도 아마 갑자기 결정되는 과정이라 그랬던 것 아니겠나”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오는 25일 예정된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 간담회에서 못 다한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에 따라 여야 협조 양상도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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