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전력을 살 때 기준이 되는 전력도매가격(SMP, 계통한계가격) 상한제 시행이 임박했다. 정부는 관련 절차를 진행해 다음 달부터 곧바로 적용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SMP 상한제의 효과가 미비한 것은 물론, 재생에너지 생태를 파괴할 거란 비판이 나와 시행 후에도 파장이 계속될 전망이다.
국무조정실은 25일 규제개혁위원회를 열고 SMP 상한제의 규제심사 등 관련 심사를 마무리했다. 이후 28일 전력거래소 규칙개정위원회에서 규칙을 개정하고, 전기위원회 논의를 진행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부 장관 고시 후 다음 달 1일부터 SMP 상한제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SMP 상한제는 한전이 전력을 사는 기준인 SMP가 특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지 못하게 제한을 두는 제도다. 제도가 적용되면 한전은 전력을 사는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발전사는 판매 가격이 내려가 손해를 보게 된다. 한전은 3분기까지 누적 적자가 20조 원에 달할 정도로 경영 악화 상태다.
SMP 상한제 적용 기준은 직전 3개월 SMP 평균이 최근 10년 평균의 1.5배를 넘어섰을 때다. 산업부에 따르면 다음 달 제도가 시행됐을 때 SMP 상한은 1킬로와트시(kWh)당 약 160원 수준이다. 단순히 계산했을 때 지난달 SMP 기준으로 1kWh당 250원대였기에, 발전사는 90원 정도를 손해 보는 셈이다.
이외에도 개정안엔 민간 발전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100㎾ 미만 소규모 발전기는 SMP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는 내용도 포함했다.
정부 역시 제도 시행 후에도 연료비는 보전하고, 용량 정산금 등 기타 정산금은 제한없이 지급하겠다는 상태다. 이를 통해 민간발전사의 대규모 손실을 막아 우려를 줄이려는 의도다.
민간 발전업계는 이러한 내용에도 SMP 상한제 시행에 반발했다. 12개 에너지 협단체로 이뤄진 SMP상한제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정문에서 SMP 상한제 규탄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김명룡 전국태양광발전협회 부회장은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 심의에 직접 참석해 의견을 전달한다.
민간 발전업계는 물론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양이원영 의원은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 정부는 한전 적자에 대한 부담을 재생에너지에 전가하려 한다"며 "재생에너지 확산을 억압하는 정책을 즉각 바로잡기 바란다"고 일갈했다.
SMP의 효과가 한전 적자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지에 관한 의문도 나온다. 민간 발전업계가 판매하는 전력은 SMP 가격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정산조정계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민간 석탄발전은 유연탄 조정계수가 0에 가까운 상태라 SMP 가격이 높아져도 이익이 크지 않다.
정부는 일단 3개월만 시행해 급격히 치솟는 SMP로 인한 한전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3월 이후엔 상황을 고려해 SMP 상한제를 연장할 수도 있지만, 업계 반발 등을 충분히 반영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3월이면 일단 제일 추운 시기는 지나간다. 평년대로 추운 시기가 지나가고 SMP가 내려간다면 연장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에 2월까지 하고 무슨 일 있어도 관두겠다고 확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