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가담했더라도…법원 "재량권 일탈ㆍ남용한 제재는 위법"

입력 2022-11-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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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연합뉴스)
▲ 서울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연합뉴스)

입찰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합의한 방식으로 담합해 처분을 받았더라도 재량권을 벗어나면 위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제재에도 선행처분과의 형평성이 중요하다고 봤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 부장판사)는 침목, 콘크리트침목 등 철도 구조물을 생산하는 A사가 경남지방조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입찰참가 자격제한 처분취소 청구를 받아들였다고 28일 밝혔다.

A사는 다른 업체들과 2009년 11월부터 한국철도공사(코레일) PC침목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와 입찰가격 등을 사전에 정하고 낙찰 물량을 일정한 비율로 배분하기로 합의했다. 침목은 철도가 설치되는 노반 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레일을 지지하는 중간 구조물이다. A사와 업체들은 다른 공공기관과 건설사 등으로 담합 범위를 늘렸고, 이들은 총 54건 침목 입찰에서 담합했다.

경남지방조달청은 2017년 5월 침목 납품 입찰을 공고를 냈다. A사와 업체들은 미리 합의한 방식에 따라 아무도 응찰하지 않았다. 재공고를 냈지만 A사만 단독응찰해 재차 유찰됐고 경남지방조달청은 경쟁입찰에서 수의계약으로 변경해 A사와 계약을 맺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사 끝에 이들의 담합행위를 적발하고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를 처분했다. A사에는 41억3000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코레일은 A사에 6개월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했다.

경남지방조달청은 A사와 수의계약을 맺은 담합 행위 1건에 대해 18개월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다. A사는 반발하며 △수의계약 방식으로 계약이 체결됐으므로 '낙찰을 받은 자'에 해당하지 않고 △이 사건 담합은 다른 업체가 주도했으며 △감경 사유가 존재하는데도 국가계약법에서 정한 하한을 그대로 적용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담합과 유찰 간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A사가 '낙찰받은 자'가 맞고 입찰담합의 계획을 준비하는데 참여한 경위와 역할을 고려해 '담합을 주도한 자'가 맞다고 봤다.

다만 이전에 내려진 처분 결과를 고려했을 때 A사에 대한 경남지방조달청의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코레일이 '담합을 주도해 낙찰받은 자'인 다른 업체에 12개월 제재를 부과했다"며 "이 12개월 제재는 입찰 15건에 대한 제재인데 조달청은 단 1건의 제재인 점을 고려하면 재량권 일탈, 남용의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담합을 통해 원고가 가담한 입찰 전부에 대한 제재를 부과한 것이라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며 "피고가 제재처분을 양정하면서 감경 사유도 별도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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