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시장 칼바람 부는데...경기 위축·고용불안에 창업 열기 확산

입력 2022-11-2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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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재직자 58% “창업 생각해본 적 있어”
구조조정‧불황 지속…불안정한 일자리 대신 창업으로 눈 돌려
스타트업에 대한 ‘긍정적’ 인식 확대...벤처 투자 혹한기에도 초기 투자 아직 활성화도 요인

▲스타트업 창업 (게티이미지뱅크)
▲스타트업 창업 (게티이미지뱅크)

벤처 투자시장에 칼바람이 불고 있지만, 스타트업·대기업 재직자의 창업 열기는 거꾸로 확대되고 있다. 경기 위축과 불안한 고용시장이 되레 스타트업 창업 열기를 부추긴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2’에 따르면 스타트업 재직자의 58%, 대기업 재직자의 54%, 취업 준비생의 51%가 스타트업 창업을 계획했다. 지난해 각각 50.8%, 40.8%, 34.5%였던 것을 감안하면 큰 폭 상승했다. 창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비중도 늘었다. 실제 창업을 준비 중이거나 구체적인 아이템을 가진 응답자는 스타트업 재직자 11.2%로 작년(7.6%) 대비 3.6%p 늘었다. 대기업 재직자는 4.0%→6.8%, 취업 준비생은 3.5%→7.0%로 확대됐다.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팽창했던 벤처 투자시장은 빙하기로 불릴 만큼 돈줄이 말랐다. 고금리로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벤처캐피털(VC) 업계를 중심으로 신중론이 확산한데다 정부의 모태펀드 규모 축소 계획이 시장에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VC업계가 스타트업 투자를 중단하자 현장에선 문을 닫거나 권고사직을 단행하는 스타트업들이 늘고 있다. 미국 벤처캐피털 베세머 벤처 파트너스는 최근 “유니콘의 시대가 저물었다”고 선언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이번 보고서에서도 스타트업 창업자 10명 중 7명은투자 혹한기를 체감한다고 답했다.

이같은 혹한에도 스타트업 창업을 고려하는 이들이 늘어난 이유 중 하나는 고용불안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68만 명 가까이 늘면서 경기 침체 우려에도 훈풍이 불었다.다만 증가폭은 5개월 연속 둔화됐고,증가한 일자리 중 67.9%를 고령층 일자리가 차지했다. 정부는 고물가,고금리,수출위축 등 하방 요인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해 증가폭이 더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업 현장의 구조조정도 창업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HR테크 기업인 인크루트가 최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스타트업 재직자의 11.6%, 대기업 재직자의 20.8%는 자신의 회사가 현재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실제 현장에선 ‘제 2의 쿠팡’이라 불렸던 AI교육 솔루션 스타트업 뤼이드는 올해 9월 경영 악화를 이유로 직원 구조조정에 나섰다. 트위터에 이어 메타도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한국지사에도 불똥이 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채용시장 규모가 갈수록 쪼그라들고 몸담고 있는 직장마저 정리해고 가능성이 커지자 경기 불확실성에도 창업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 변화도 창업 열기에 한몫을 했다. 젊고 새로우면서 혁신적인 이미지를 스타트업의 이미지로 인식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토스, 당근마켓, 카카오, 마켓컬리, 오늘의 집 등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차여경 매니저는 “스타트업에 대한 이미지 자체가 좋아졌고,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것에 대한 인지적인 진입 장벽도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창업을 ‘남의 일’이 아닌 ‘나도 할 수 있는 일’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스타트업 창업 열기가 갈수록 확산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투자 가뭄에도 초기 창업에 대한 투자 분위기는 아직 살아있는 데다 경기불황으로 실직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 때문이다.

전성민 한국벤처창업학회 회장은 “구조조정으로 상황이 어려워지면 에너지가 넘치고 창업가적 기질이 있는 사람들이 어려워지는 회사에 계속 남아 있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창업 열기와 증가 추세는 고용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의미일 수 있는 만큼 스타트업 지원과 함께 다양한 일자리 창출에 대한 정부의 고민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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