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성의 글로벌 인사이트] 한·미·일 경제안보대화 신설과 ‘경제의 정치화’

입력 2022-11-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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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명예교수,국제통상학회장, 협상학회장 역임

이달 11일부터 19일까지 동남아 3국에서 세계 정상들 간의 다자간회의가 연이어 개최되었다. 프놈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와 발리 주요 20개국(G20) 및 방콕에서 있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그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기후변화, 공급망 협력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다자간 논의 이외에 그간 코로나19로 중단되었던 양자 간 대면 정상회담의 개최와 정상회담 결과 합의된 내용이다. 그중에서도 한·미·일 정상회담과 미·중 정상회담, 한·중 정상회담 결과는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신설하기로 합의한 경제안보대화는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가 간 ‘가치’ 중심의 협력을 표방하면서 만들어낸 일련의 경제협의체 구상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반도체공급망협의체(칩4, 한·미·일·대만) 등과 달리 동북아시아 3국 간 ‘경제재의 정치화’를 표면화한 동맹 형성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한·미·일 3국 정상이 합의한 경제안보협의체는 표면적으로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경제적 보복과 강압에 대해 함께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상은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기술 제품이 무기 제조 등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반영하여 경제동맹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대화체 신설 발표 이후 중국의 예민한 반응이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14일 발리에서 가진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첫 대면 정상회담에서도 대만 문제, 중국의 인권 문제뿐만 아니라 기술경쟁의 정치화에 대해서도 해소하기 어려운 갈등이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다행인 것은 이러한 경쟁이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다양한 소통채널을 복원하기로 합의한 점이다.

문제는 이러한 미국 주도의 기술 및 경제재에 대한 안보동맹 참여가 초래하게 될 중국의 반발과 경제보복이다. 중국은 2017년 종말단계고고도지역방어체계(THAAD·사드)의 성주 배치 이후 우리 제품과 서비스의 중국시장 진출과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 기업에 대해 계속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일본과 달리 우리의 경우 대부분의 품목에서 중국의 보복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적 우위가 없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이번의 한·미·일 경제안보대화체는 북한 핵, 미사일 통제를 위해 협력을 요구받고 있는 중국에 그 역할을 회피할 명분을 제공해 줄 가능성도 있다. 미국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래 일체의 대미 소통채널을 단절한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활용하여 북한을 미·중 관계 회복의 레버리지로 사용할 경우 우리는 어떤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번 동맹에의 참여는 한·중·일 3국 간의 관계는 물론 우리의 대중관계에 ‘새로운’ 변화를 초래하게 되었다. 미국과의 경제동맹에 따른 중국의 보복으로 우리 기업들은 중국시장을 포기해야 할 상황까지 이를지도 모른다. 또한 공통으로 북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은 그나마 가지고 있던 중국이라는 레버리지를 잃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우리에게 중국 및 미국에 대한 새로운 전략의 마련을 요구한다. 미국은 첨단기술이 포함된 장비의 대중국 수출은 물론 제3국 기업의 대중국 직접투자와 중국 기업의 기술기업 인수까지 전방위적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경제안보의 핵심재화인 반도체와 배터리 등에 대해 중국의 ‘따라잡기(catch-up)’를 포기하라는 신호로 보인다. 이번 미국과의 동맹 참여는 미국의 원천기술을 대거 채용하고 있는 우리 기업에 대해 장비의 중국 내 반입 제한 등 제재를 동반하여 중국에서는 범용의 표준화된 제품만을 생산할 수 있게 되고, 이는 결국 저비용 생산이 가능한 현지기업에 밀려 중국시장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번 대화체 신설로 안보와 관련되는 경제적 재화에 대한 소통과 협력의 기회가 커진 만큼 미국과 협의하여 중국시장을 잃지 않을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원칙적으로 미국의 대중 견제정책에 협력하되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필요한 장비의 중국 도입과 내수 및 수출용 생산시설의 운용에 필요한 기술의 사용 등에 대해서는 미국의 양해를 얻어 중국시장을 지켜내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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