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점점 높아지는 스노우 라인…스키어들 산소 마스크 쓰는 날 오나

입력 2022-11-28 15:22 수정 2022-11-2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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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문을 열 예정이던 강원지역 스키장들이 최근 이어진 따뜻한 날씨 탓에 개장을 미루는 가운데 24일 도내 한 스키장 슬로프가 맨땅을 드러내고 있다.(연합뉴스)
▲이달 말 문을 열 예정이던 강원지역 스키장들이 최근 이어진 따뜻한 날씨 탓에 개장을 미루는 가운데 24일 도내 한 스키장 슬로프가 맨땅을 드러내고 있다.(연합뉴스)

본격적인 스키 철을 앞두고 세계의 스키장들이 속앓이 중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고온에 눈이 녹아내리고 있어서다. 인공 눈을 쏟아붓는 것도 한계가 있다. 저지대는 이미 눈이 쌓이지 않아 ‘스노우 라인’이 높아진 곳이 태반이다. 스키어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산소 부족에 대비해야 하는 날이 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경기ㆍ강원 스키장들 잇따라 개장 연기

28일 본지 취재 결과 강원도, 경기권 주요 스키장은 애초 11월 중순부터 12월 초순으로 예정했던 개장일을 연이어 연기했다.

용평리조트는 지속하는 따뜻한 날씨로 인공 눈 만들기가 어려워 스키장 오픈 일정을 연기했다. 용평리조트 측은 애초 11월 25일 개장하기로 하고 4일부터 슬로프에 제설기 100여 대를 동원해 첫 인공 제설 등 준비작업을 해왔다. 하지만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고 23일까지 비가 예보되는 등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개장을 불가피하게 연기했다.

강원 홍천의 소노벨 비발디파크도 25일 예정이던 스키장 개장을 12월 중으로 연기했다. 소노벨 비발디파크는 아직 개장 일자를 확정하지 않고 향후 날씨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폐장일은 2월 말~3월 초로 예정하고 있다.

강원 평창의 휘닉스도 25일 개장 예정이었으나 12월 중으로 연기했다. 알펜시아는 개장일을 26일에서 12월 3일로 연기했으며, 제설 작업 이후 이를 확정 지을 예정이다.

이밖에 강원도 정선의 하이원리조트는 12월 2일 개장 예정이었으나 9일로 다시 연기했고, 경기 광주 곤지암은 12월 10일 개장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따뜻한 날씨로 속살 드러낸 스키장에 제설기가 덩그러니 놓여져 있다.(연합뉴스)
▲따뜻한 날씨로 속살 드러낸 스키장에 제설기가 덩그러니 놓여져 있다.(연합뉴스)

◇알프스 국가들도 속수무책

다른 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알프스 스키장들도 포근한 날씨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상대적으로 낮은 지대에 있는 스키장들은 폐업 위기에 처했고, 고도 3200m로 유럽에서 가장 높은 스키장인 프랑스 발토랑스마저 적설량이 적어 개장일을 이달 26일로 예년보다 일주일가량 늦춰야 했다. 알프스 지역은 평균기온이 10년간 섭씨 0.3도씩 상승하며 지구 평균보다 2배 빠르게 더워지고 있다. 이듬해 눈이 녹는 시기도 한 달가량 앞당겨졌다.

겨울철 레저 천국으로 불리는 오스트리아도 위태롭다. 최근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 봉쇄로 어려움을 겪다가 이제야 정상화하고 있는데 이번엔 기후가 발목을 잡았다. 오스트리아에서 관광업은 2019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7.6%를 차지한다. 그중 절반이 겨울철 수입이다.

매년 겨울마다 오스트리아 인구(894만 명)의 7배에 달하는 6000만 명이 눈을 즐기기 위해 오스트리아를 찾아온다. 겨울이 사라지면 오스트리아 국가 경제가 붕괴할 수도 있다.

올해는 눈 내릴 때까지 제설기를 가동하며 버티기도 쉽지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전력난이 심화하고 에너지 가격이 폭등한 탓이다.

인공 눈도 날씨가 따뜻하면 금세 녹아 버리는 건 매한가지다. 오스트리아에는 눈이 없어 문을 닫은 스키장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알프스 산맥의 높은 봉우리에만 눈이 녹지 않았다.(게티이미지뱅크)
▲알프스 산맥의 높은 봉우리에만 눈이 녹지 않았다.(게티이미지뱅크)

◇평균 기온 2도가 부른 나비효과

눈이 녹지 않는 최저 해발고도인 ‘스노우 라인(Snow line)’은 세계적으로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평균 기온이 계속 상승할 경우 스키를 타기 위해 더 높은 산으로 가야 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호흡이 쉽지 않은 고지대에서 산소마스크를 쓰고 스키를 타야 할 수도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따르면 알프스 산맥의 기후는 한 세기 동안 온도가 2도 상승했다. 이는 지구 평균의 두 배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단지 2도에 불과하지만, 빙하가 녹고 눈이 점점 얇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지구수문학과학지(HESS) 연구에 따르면 현재 해발고도 6500피트(약 1981m)인 스노우 라인은 2100년 8200피트(약 2500m)까지 높아질 수 있다. 고도 2500m는 지구상의 20%의 사람들이 고산병을 겪을 수 있는 높이로, 산소통이나 고산병약이 필요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도 비껴갈 수 없는 처지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1일까지 강원지역 평균기온은 8.6도로, 평년보다 2도가량 높았다.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남쪽으로부터 따뜻한 공기가 유입돼 최고기온이 크게 오른 영향이다. 반면 강수량은 27.9mm로 평년보다 11.9mm 적게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이상기온이 나타나자 겨울 특수를 기대했던 스키장 업계와 지역축제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아직 이른 걱정이라는 입장이 적지 않지만, 당장 이달 말 오픈 예정이던 스키장부터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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