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임금이 6개월 연속 감소했다. 누계 실질임금도 ‘마이너스’ 전환을 눈앞에 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는 29일 발표한 ‘10월 사업체노동력조사(9월 근로실태조사)’ 결과, 9월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임금총액이 408만5000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3.1%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5.6%)에 2.5%포인트(p) 못 미치는 수치다. 임금 증가율이 물가 상승률을 밑도는 실질임금 감소는 4월 이후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상용직이 433만7000원으로 3.3%, 임시·일용직은 175만8000원으로 2.8% 각각 늘었다. 사업체 규모별로 상용 300인 이상 사업체는 634만2000원으로 5.5%, 300인 미만은 363만7000원으로 2.3% 증가했다. 임금 증가율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종사상 지위와 사업체 규모에서 실질임금이 줄었다. 1~9월 누계 실질임금 증가율도 0.1%에 그치며 마이너스 전환을 앞두고 있다. 금액 기준으론 월평균 실질임금이 지난해보다 4000원 늘었다.
정향숙 고용부 노동시장조사과장은 “실질임금이 계속 감소하면 소비가 위축될 수 있고, 거기에 따라서 서비스업,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활발하게 회복되고 있는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같은 곳의 위축 또는 회복세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재계나 금융당국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고, 공동 대응 내지는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금 정체에 더해 고용의 ‘양’도 줄어들고 있다. 10월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종사자는 1907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45만2000명 늘었다. 증가 폭이 전월(43만9000명)보단 확대됐으나, 이는 지난해 10월 증가 폭이 10만2000명에 그쳤던 데 따른 기저효과다. 특히 올해 10월 종사자 증가는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임시·일용직(21만5000명)이 주도했다. 규모별로는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40만7000명 늘었다. 산업별로는 재정일자리 축소 영향으로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행정 종사자가 1만7000명 감소했다.
종사자 정체의 배경 중 하나는 노동시장 수요·공급 불일치다. 노동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일자리 공급량이 회복됐지만, 구직자 회복세는 더디다. 일부 산업은 열악한 근로조건에 따른 취업 기피로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 10월 이직자는 3만3000명 줄었는데, 이 중 자발적 이직자는 2만3000명 늘었다. 또 빈 일자리는 올해 1월부터 10개월째 20만 개를 웃돌고 있다. 전반적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은 늘고, 새 직장에 취업하려는 사람은 줄어드는 상황이다.
정부는 현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 과장은 “채용이 계속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빈 일자리는 (노동시장) 회복의 메시지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