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전기전자, 침체라서 성장에 목마르다

입력 2022-11-30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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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전기전자 업종의 2023년 전망과 투자 아이디어를 정리해 보자. 거시 환경이 악화되면서 IT 세트 시장의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3분기 기준으로 스마트폰은 -12%, TV는 -3%, 가전(미국)은 -9% 역성장을 기록했고, 역성장 폭이 확대됐다. 세트별로 4분기 또는 5분기 연속 역성장하고 있다. 특히 디스플레이 부품과 중국향 스마트폰 부품 중심으로 강도 높은 재고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반면에 전장 부품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 이슈가 완화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역별로는 유럽의 수요 기반이 가장 취약하다. 전쟁 영향에다가 에너지 위기가 더해진 결과다.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가 양호한 것으로 파악된다. 내년 상반기까지 재고 건전화 과정을 거치고 나면, 하반기에 수요가 반등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기전자 업종의 실적은 올해까지 3년 연속 최고 실적을 달성한 이후 내년에는 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다.

업황이 개선되기 위한 전제 조건의 키워드는 “완화”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완화돼야 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와 함께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돼야 한다. 인플레이션이 완화돼야 구매력이 증가할 것이고, 통화정책이 긴축에서 완화 사이클로 전환돼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영향을 주목해야 한다. 미·중 갈등, 지정학적 리스크, 생산 차질과 공급난 등이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배터리 업계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 전략을 마련하거나 미국 거점을 확대하는 기업을 주목해야 한다.

경기 침체기에 성장이 희소하다 보니 성장성에 대한 프리미엄이 확대되고 있다. 이차전지가 흔들림 없이 중장기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부상하고, 폴더블폰이 대중화를 시도하며, XR 기기 및 로봇이 태동하고, OLED는 QD-OLED를 포함해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은 최근 10월까지 16개월 연속 역성장하고 있다. 다만, IT 세트 중 침체 기간이 가장 길고, 침체 폭이 가장 큰 만큼 선제적인 회복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물론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올해 9% 역성장한 이후 내년에는 3% 성장세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폭스콘 정저우 사태에서 보듯이 생산 기지 재편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애플은 내년 인도 생산량을 150% 늘리고, 삼성전자는 베트남 생산 비중을 40%대로 축소하려는 것으로 알려진다.

폴더블폰이 침체된 시장의 유일한 희망이다. 폴더블폰 시장은 내년에 65% 성장한 2580만 대를 비롯해 2025년까지 연평균 58%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내년에 1800만 대를 출하하며 70%의 점유율을 유지할 것이다. 대중화의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개선돼야 할 과제들이 있다. 두께와 무게를 더욱 줄여야 하고, 내구성을 강화하며, 화면 주름을 최소화해야 한다. 카메라 성능을 갤럭시 S만큼 높일 필요가 있고, 방열 이슈를 개선해야 한다.

TV는 팬데믹 특수 이후 수요 절벽을 겪고 있고, 재고 건전화가 관건이다. 2년 연속 5%씩 역성장한 후 내년에는 1% 성장이 예상되지만, 판가 하락을 감안하면 매출액 기준 시장 규모는 상당한 감소가 불가피하다.

OLED TV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79% 성장한 653만 대의 화려한 성적표를 뒤로하고, 올해는 680만 대로 정체될 전망이다. OLED TV는 유럽 판매 비중이 높아 유럽 침체 영향이 더욱 크고, LCD 패널 가격 하락에 따라 LCD TV와 가격 격차가 확대된 점이 부정적이다.

초프리미엄 TV 전략이 혼돈에 빠졌다. 미니 LED의 판매가 미흡하고, 삼성전자의 WOLED 시장 참여가 유보됐으며, QD-OLED가 WOLED 진영을 가격적으로 견제하고, 마이크로 LED는 수율 개선이 요원해 보인다.

전기차는 에너지 위기마저 넘어서는 모습이다. 10월까지 판매량은 67% 증가한 802만 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20%에 비해 성장세가 둔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견조하고, 침투율이 12%로 상승했다. 마침내 미국이 성장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브랜드별로 보면 BYD가 약진하면서 테슬라를 제치고 1위로 부상했고, 중국 외 시장에서 현대기아가 2위에 도전하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올해 51%, 내년에 41% 성장하고, 2030년까지 연평균 32% 성장할 전망이다. 46파이 원형전지, NMx와 수정 LFP 간 경쟁, 셀투팩·셀투섀시(Cell to Pack·Chassis) 등 신기술의 리더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대 이슈인 IRA와 관련해 중장기적으로 한국 배터리 업체들만 주도적으로 대응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회 요인일 것이다. 합작법인을 통해 북미 제조 거점을 넓혀갈 것이고, 부품 및 소재의 동반 현지화 능력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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