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무사 시험 ‘채점표’ 처음으로 공개되나…법원 "7일내 제출하라"

입력 2022-11-30 11:34 수정 2023-01-1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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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세시연)가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한국산업인력공단 서울본부를 방문해 세무사 시험 부실 관리에 항의하고 있다. (홍인석 기자 mystic@)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세시연)가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한국산업인력공단 서울본부를 방문해 세무사 시험 부실 관리에 항의하고 있다. (홍인석 기자 mystic@)

문제 부실 출제와 채점으로 논란이 불거진 제58회 세무사 자격시험 채점기준표가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공단)은 관련 규정을 근거로 비공개에 부쳤는데 법원은 채점기준표와 답안지를 공개해달라는 수험생들의 신청을 인용했다. 세무사 시험 채점기준표와 답안지가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14부(재판장 이상훈 부장판사)는 세무사 시험 수험생 201명이 한국산업인력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증거보전 신청을 29일 인용했다. 법원 결정에 따라 공단은 제58회 세무사 제2차 자격시험 세법학 1부 ‘문제 4의 물음 1, 2항’ 채점기준표와 수험생들이 작성해 공단이 보관하고 있는 ‘답안지 일체’ 사본을 7일 이내에 제출해야 한다.

지난해 치러진 세무사 시험 2차 시험은 문제 부실 출제와 채점, 공무원 특혜 의혹이 제기되면서 '총체적 부실' 시험이라는 오명을 썼다. 세무 공무원 출신이 면제받는 과목인 세법학 1부 과락률이 82.13%(과거 5년 평균 과락률 38.5%)를 기록했고, 문제 출제 오류를 포함해 출제자의 적정성, 채점 부실 등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고용노동부ㆍ감사원 감사 이후 일부 문제를 재채점했지만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세법학 1부가 제외되면서 반발을 샀다.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수험생들은 줄곧 해당 문제 채점기준표와 답안지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공단은 '비공개'를 고수했다. 공단은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시험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는 비공개에 부칠 수 있다"며 거부했다.

팽팽하게 맞섰던 수험생들과 공단의 대립은 법원 결정으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재판부는 "민사소송법 제344조 제1항 제3호 소정의 이익문서는 직접이나 간접적으로 신청자를 위해 작성된 것이 포함돼 있다"며 "이 사건 증거보전 신청은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고 판시했다.

일각에서는 공단이 중요한 정보라는 이유로 답안지 공개를 꺼려왔지만 보존 기간을 1년으로 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공공기록물 법률 등에 따르면 단순ㆍ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면서 생산한 기록물 등은 보존 기간이 1년이고, 중요도에 따라 3년ㆍ5년ㆍ영구 등 차등해 관리한다. 1년간 보존하고 폐기할 문서라면 중요도가 낮은 셈이다. 공단이 업무 편의와 안정성 등을 위해 답안지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세시연) 관계자는 "공단의 엉망진창 업무는 공공기록물 법률을 형해화( 形骸化)시키고 있다"며 "산업인력공단이라는 공공기관이 존립하는 이유는 수험생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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