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돋친 장미]③전문가들 “고금리 쫓다간 낭패, 장미에는 가시가 있다“

입력 2022-12-0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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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중에는 보통 만기까지 정해진 이자를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이표채가 많다. 3개월마다 한 번씩 이자를 받는 게 가장 일반적이다. 예컨대 쿠폰 금리가 연 4%인 채권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3개월에 한 번씩 세전 10만원씩 1년간 총 40만원의 이자를 받게 된다. 분기별로 현금 흐름이 생긴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는 가장 큰 장점이다.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과 상관없이 원금과 이자를 모두 챙길 수 있고, 시장 금리가 떨어져 채권 가격이 오르면 만기 전에 팔아 매매 차익을 얻을 수도 있다. 하루에도 수십 퍼센트씩 오르내릴 수 있는 주식에 비하면 채권의 안정성은 높다.

하지만 회사채에 투자할 때는 유의할 점도 많다. 우선 투자처와 만기 상환 시기, 신용등급 같은 기본 투자 조건은 확실히 숙지해야 한다. 장기간 자금이 묶일 수도 있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 목돈을 쓸 일이 있다면 신중히 투자하는 것이 좋다. 너무 높은 금리를 주는 채권은 다른 사람들이 잘 안 사려고 한다는 뜻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 부도날 경우 원금을 잃을 수도 있다

김영익 서강대 교수는 “우리 가계 자산에서 채권 비중이 2.0%를 넘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차익 기대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며 “지금 채권 수익률이 거의 정점에 있다고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과거 저금리 시대와 비교해 금리가 많이 올라서 장기투자하기에 매력적인 금리”라면서도 “개인들의 투자자금이 몰릴만한 투자처가 없는 부분도 상대적 매력”이라고 짚었다.

세제 혜택도 개인들이 채권 투자에 몰리는 이유 중 하나다. 윤여삼 메리츠 증권 연구원은 “5년 이상 채권들은 장기적으로는 이자 수익을 고정시킬 수 있고, 만기 보유일 때 분리 과세 등 일부 세제 혜택들도 채권 투자에게 노리고 들어오는 자금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인들이 채권시장의 옥석을 가리는 눈을 제대로 기르고 있는지는 의구심을 보냈다. 발행 주체와 신용등급 위주가 아닌, 단순 고금리 채권만 보고 쏠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윤원태 연구원은 “어떤 채권을 사느냐에 따라 위험은 달라진다. 최근 개인들이 사는 건 예금금리보다 높은 고금리형 상품을 많이 사는데, 앞으로 발행사들의 펀더멘털이 안 좋아질 것을 감안해 분별력 있는 투자를 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윤여삼 연구원 역시 “개인들은 트레이딩 정보가 기관만큼 많지 않은 대신 지금 높아진 금리대에서 단순하게 고금리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국채나 우량 등급 위주로 투자하는 것이 채권 시장의 든든한 매수 주체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강원도 레고랜드, 흥국생명 콜옵션 등 디폴트(원금 손실)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김영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경제 상황으로 보면 앞으로도 디폴트가 날 수 있는 요인이 여럿 있고 유동성도 안 좋다. 개인들이 국채를 샀다면 판단을 잘하고 들어갔겠지만, 높은 리스크의 트리플B 이하는 좋지 않아 보인다”라고 했다.

개인들의 자금이 채권시장으로 묶이면서 금융시장 유동성 부족을 불러올 우려도 제기됐다. 윤여삼 연구원은 “개인들은 돈이 들어가면 운용을 하는 게 아니므로, 개인들이 이렇게 채권을 많이 사게 되는 건 전체적으로 자금이 또 묶이는 이슈”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 기관들로 유입이 되면 여건에 따라 이걸(채권) 담보로 유동성이 팽창하기도 하는 운용의 묘가 있는데 기관이 지금 안 좋기 때문에 개인들이 채권 사는 걸 채권시장 종사자 입장에서는 마냥 좋게만 보기 힘들다. 지금 기관들이 워낙 돈이 없어서 개인들이 직접 사는 쪽보다는 기관을 거쳐서 투자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고 했다.

윤여삼 연구원은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금리가 급등하면서 채권 가격이 많이 싸져서 접근해볼 만한데 아직까지는 통화정책과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 보니 가격적 위험이 있어서 기관들이 섣불리 접근을 못 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펀드 또는 보험사들 상품에 세제 혜택을 부여해줘서 기관 자금으로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라고 했다.

채안펀드 투입보다는 기업 부실을 줄이는 쪽이 채권시장 안정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으로 나왔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내년이면 더 심각해질 것이기 때문에 기업 부실화를 막는 게 첫 번째고, 건설기업 같은 경우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니까 부동산 가격 연착륙을 먼저 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채안펀드는 단기적 도움은 되겠지만, 기업 부실화, 금리 인상으로 채권 발행이 어려워지면 자금시장 경색이 다시 발생해 채안 기금 가지고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라며 “원인을 먼저 해결하지 않고 채권안정기금만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내년이면 세계경기침체로 수술이 줄고 큰 위기인데, 그에 대한 사전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정회인 기자 hihello@

박민규 기자 pmk8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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