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위기 여파로 산업 전반에 걸쳐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 회복을 위해 은행의 역할과 사명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에 경제 회복을 위한 은행권의 다양한 노력과 변화를 집중 조명해 본다.<편집자 주>
이로 인해 기존의 금융소외자들을 비롯한 저신용자들이 사채시장을 전전하거나 고금리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은행권은 이같은 현실을 감안해 저신용자들을 위한 맞춤형 금융상품을 출시하고 사금융 이용자들을 제도권으로 지속적으로 유인한다는 방침이다.
◆저신용자 맞춤형 지원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지난 1월 공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저신용자 전용 대출상품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기업은행과 농협 등 14개 은행들은 현행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상 신용대출 대상에서 제외되는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 또는 취약계층을 위한 별도의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연 10%대의 대출상품을 개발해 총 1조 3600억원 규모의 신규대출을 취급할 방침이다.
9일 현재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농협, 전북은행, 부산은행 등 5개 은행이 관련 상품을 출시해 2000억원 정도의 대출을 실시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이달중 ‘무보증행복드림론’과 ‘신한희망대출’을 출시해 각각 2000억원을 대출해 줄 예정이며, 기업은행과 외환은행도 관련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6일 '서민전용 금융포털사이트(s119.fss.or.kr)'를 개설해 저신용자들의 대출상품을 종합적으로 안내함으로써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권이 저신용자 전용 대출상품을 본격적으로 취급함으로써 약 24만명(1인당 평균 500만원)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저신용자들의 금융애로 해소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기존에 30~40%대의 고금리 대부업체 상품을 이용하고 있는 저신용자들에게는 10%대 대출상품으로 환승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만큼 서민들의 금융비용 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불어 고금리대출을 취급하고 있는 저축은행 및 대부업체의 금리인하 경쟁도 촉발되는 부수적인 효과도 예상된다.
◆“양날의 칼...실적주의 경계해야”
하지만 은행의 서민금융상품이 올바로 자리를 잡고 제2금융권의 금리인하까지 유도를 하려면 무조건적인 대출 확대보다는 금융소외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민금융상품’이란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아 은행권 대출이 어려웠던 6등금 이하의 저신용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대출을 지원해 주는 것이다.
기존의 금융소외자들에게 혜택을 보다 낮은 금리이 상품을 제공하는 혜택도 있으나 연체자들이 늘어날 경우 은행으로서는 자칫 부실여신비율이 증가할 수도 있다. 마치 ‘양날의 칼’을 쥐고 있는 셈이다.
농협이 지난 2006년 9월 출시한 ‘새희망대출’은 3월말 현재 130억원(2847건)이 판매됐으며, 올해 상반기 500억월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2006년 7월 출시된 ‘하나소액대출’을 통해 700억원을 판매했으며, 지난해 12월 서민층의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하나희망재단’프로그램을 통해 10억원을 지원했다.
우리은행도 지난 2월 초 ‘우리이웃사랑대출’을 통해 3월말까지 15억원(191건)을 판매했다. 비록 판매액은 크지 않지만 500~1000만원 규모의 소액대출상품인 점과 아직 홍보가 미흡한 단계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크게 주목을 받고 있는 셈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아직 홍보가 미흡한 점을 감안한다면 예상보다는 고객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라면서 “그동안 소외됐던 저신용자들의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일각에서 실적이 미흡하다고 비판을 제기하는데 소액대출인 점을 감안하면 판매액이 결코 적은 게 아니다”라며 “연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무조건적인 실적경쟁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도 판매액을 늘려 실적주의를 조장하기보다는 금융소외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지도 감독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제도권 금융소외자들에게 금융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서민금융상품이 당초 취지대로 서민금융의 ‘문턱’을 낮추고 금리인하 경쟁을 유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