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출제와 채점, 공무원 특혜 논란이 불거진 제58회 세무사 자격시험 수험생들이 불합격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한국산업인력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조계는 승소 가능성을 크지 않다고 보지만 최근 행정심판에서 채점기준표 등 증거보전 신청이 인용된 만큼 전향적인 판단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58회 세무사 2차 시험 수험생 228명은 공단을 상대로 불합격 처분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가운데 27명은 국내 대형로펌 중 한 곳인 법무법인 화우를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나머지 201명은 법무법인 율정이 맡는다.
이들은 △2차 세무사 시험의 불공정성 △출제위원 위촉 과정의 위법성 △출제위원 자격 미달 △문제 출제 및 채점 오류 등을 이유로 지난해 2차 세무사 시험 불합격 처분은 물론 고용노동부ㆍ감사원 감사 이후 추가로 발표한 불합격 처분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58회 세무사 2차 시험에서 세법학 1부가 공정성을 뒤흔들었다. 세무 공무원이 면제받는 과목인 세법학 1부에서 일반 수험생 과락률이 82.13%를 기록하면서다. 일각에서는 '공무원 특혜' 의혹까지 제기했다. 일반 수험생이 세법학 1부에서 과락한 사이 과목을 면제받은 공무원이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세무사 시험 합격자 708명 가운데 세무 공무원 합격자는 21명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706명 합격자 중 237명이 세무 공무원 출신이었다. 세법학 1부 과락률 역시 올해는 12%로 떨어졌다.
시험 오류를 주장한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세시연) 관계자는 "세법학 1부를 과락하고도 시험에서 평균 60점 이상을 취득한 불합격자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두 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111명에 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를 제기한 수험생 중 올해 82명이 합격한 것을 보면 실력 있는 수험생들이 피해를 봤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불공정 사태로 난이도와 채점 등을 개선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시험은 출제위원을 위촉하는 과정에서 공단이 절차를 지키지 않은 정황도 드러났다. 세무사 시험을 담당하는 공단 직원은 선순위 출제위원에게 문제 출제를 요청하지 않았으면서 연락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임의로 4순위, 7순위 출제위원을 선발했다. 출제위원 중 한 명은 상속세와 증여세법 전문가가 아닌 회계학 전공자로 알려졌다. 수험생들은 이러한 사례를 근거로 제시하며 불합격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조계도 이 사건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승소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최근 법원이 채점기준표와 답안지를 공개해달라는 수험생들의 신청을 인용한 만큼 새로운 판단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미 합격자가 결정됐고 시간도 지난 상황에서 불합격을 취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다만 채점기준표와 답안지가 공개된 뒤 명확한 오류나 부정이 발견된다면 사건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