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둔화와 수출 부진 등으로 내년 경제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벌써부터 경기지표 곳곳에서 경고음이 들려오고 있다. 여기에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사태 등 아직 반영되지 않은 악재들도 있어 예상보다도 이른 경기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전분기 대비)은 0.3%로 집계됐다. 실질 GDP 성장률은 2020년 3분기(2.3%) 이후 9개 분기 연속으로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성장률은 2분기(0.7%)의 절반 이하로 추락했다.
특히, 수출은 반도체 등의 감소로 1.1% 증가하는 데 그쳤고, 수입은 원유, 천연가스 등을 중심으로 6.0% 늘었다. 이에 따라 3분기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기여도는 -1.8%포인트(p)까지 떨어졌다. 이는 성장률을 1.8%p 깎아내렸다는 의미로, 2분기에 이어 두 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기여다. 그나마 민간소비·설비투자 등 내수가 성장률을 2.0% 끌어올리는 데 기여해 역성장은 피한 셈이 됐다.
11월 수출은 2개월 연속으로 줄어들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1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11월 수출은 1년 전(603억3000만 달러)보다 14.0%나 감소한 519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10월(-5.7%)에 이어 두 달 연속으로 수출액이 줄어든 것이다. 이는 코로나가 확산되기 시작했던 2020년 3~8월 이후 처음으로 2개월 이상 연속 감소세다.
품목별로 보면, 글로벌 수요 둔화 등의 영향으로 주력 수출 산업인 반도체가 29.8% 급감했고, 바이오헬스(-27.3%), 석유화학(-26.5%), 가전(-25.0%), 섬유(-20.0%), 무선통신(-18.7%), 디스플레이(-15.6%), 철강(-10.6%) 수출의 감소세도 뚜렷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지난 8월부터 4개월 연속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수요 약세와 재고 누적 등의 영향으로 제품 가격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10월 전산업 생산도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 이후 3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면서 4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통계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2년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0월 전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5.4(2015년=100)로 전월보다 1.5% 감소했다.
전산업 생산은 7월(-0.2%), 8월(-0.1%), 9월(-0.4%)에 이어 넉 달 연속 줄었다. 아울러 감소 폭은 코로나19 사태가 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기 시작했던 2020년 4월(-1.8%) 이후 30개월 만에 가장 컸다. 특히, 제조업을 비롯한 광공업생산은 전월 대비 3.5% 줄면서 2020년 5월(-7.3%)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 10월 수출이 글로벌 경기둔화와 대중국 수출 악화 등으로 2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제조업 생산도 함께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편,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사태 등 아직 반영되지 않은 악재들도 있어 향후 경제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시멘트·철강·자동차·정유업종에서의 출하 차질 규모가 약 1조6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내년 경제는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사태와 관련해서도 "물류 중단, 원료·부품조달 및 생산·수출 차질 등 기업활동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즉시 철회하고 현장에 조속히 복귀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