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부패재산몰수법상 범죄수익 몰수도 ‘기소된 부분’에 한해야”

입력 2022-12-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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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범에게서 압수한 돈이 편취됐는지 불명확
기소되지 않은 피해재산도 몰수‧추징 가능한지 쟁점
몰수 가능하다고 본 1‧2심과 달리…大法, “파기‧환송”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이하 부패재산몰수법)에서 정한 몰수 및 추징은 기소된 범죄사실 피해자로부터 취득한 재산 또는 그 재산의 보유‧처분에 의해 얻은 재산에 한정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이 판결을 통해 특별법인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른 몰수‧추징에 있어서도 기소되지 않은 범죄피해 재산은 몰수‧추징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최초로 판시했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뉴시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뉴시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인 피고인에 대해 피해자 1명에 대한 사기죄로 기소된 사건 상고심에서 “기소되지 않은 범죄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부패재산몰수법에서 정한 범죄사실로 취득한 돈이라고 인정된다면 몰수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의 몰수 부분을 파기‧환송한다고 4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피해자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에 속아 금융감독원 직원 행세를 한 A에게 여행용 가방에 담긴 현금 2억 원을 교부했다. A는 보이스피싱 범죄 공동정범 중 한명인 B에게 여행용 가방과 함께 이 중 현금 1억9600만 원을 전달했다.

피해자의 신고로 수사가 개시돼 B가 긴급 체포되면서 여행용 가방과 함께 1억3630만 원이 압수됐는데, 이 돈이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현금이라는 점은 밝혀지지 않았다.

재판에서는 범죄피해 재산이기만 하면, 당해 사건에서 기소되지 않은 범행의 피해재산에 대해서도 부패재산몰수법상 몰수가 가능한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1심과 2심은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른 ‘범죄피해 재산’으로 몰수가 가능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부패재산몰수법의 입법취지와 여러 규정을 종합하면, 법원은 기소된 당해 피고인이 범한 부패범죄의 범죄피해 재산에 대해서는 당해 사건에서 기소되지 않은 범행의 피해재산인 경우에도 몰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 중 몰수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일반 형법상 몰수를 선고하기 위해서는 기소된 공소사실과 관련돼 있어야 하고, 기소되지 않은 별개의 범죄사실을 법원이 인정해 그에 관하여 몰수나 추징을 선고하는 것은 불고불리의 원칙에 위반돼 허용되지 않는다”는 종전 판례 법리를 특별법인 부패재산몰수법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그러면서 “원심 판결에는 부패재산몰수법상 ‘범죄피해 재산’과 몰수의 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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