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단단해진’ 인파 대책 ‘성숙해진’ 붉은 함성

입력 2022-12-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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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응원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겠습니다.”

최근 서울시는 카타르 월드컵 한국대표팀의 경기를 앞두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거리 응원을 허가하며 이같이 밝혔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응원단 붉은악마가 추진한 거리응원은 종로구청의 안전관리 계획 심의와 서울시 광화문광장 자문단의 허가를 받고 이뤄지게 됐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종로구청의 안전관리 계획 심의는 한 차례 반려를 거쳐 보완 끝에 통과됐고, 서울시 광화문광장 자문단은 야간시간대 안전 확보, 동선 관리 등 자문결과를 준수하는 조건 아래 광장 사용을 허가했다.

광화문광장 거리응원 개최에 앞서 우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태원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행사를 여는 것에 대한 갑론을박도 오갔다. 대규모 행사를 자제하고 추모 분위기를 이어가자는 의견과 동시에 질서 있는 응원으로 연대의 뜻을 보내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당시 대한축구협회는 참사 이후 분위기를 고려해 광화문광장 내 월드컵 거리 응원을 열지 않기로 했다.

그럼에도 광화문광장 거리응원은 기대만큼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지난달 24일 우루과이전 거리응원에는 경찰 추산 2만6000명, 가나전 때는 3000여 명, 이달 3일 포르투갈전 때는 3만 명의 시민들이 붉은 악마로 변신했다. 광장으로 모인 시민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카타르에 있는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냈다. 결국,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2년 만에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성공적인 거리응원의 이면에는 철저한 안전 대비가 있었다. 서울시를 비롯한 소방, 경찰, 종로구청 등은 인파밀집·교통·한파·의료 등 여러 분야에 맞춰 안전 대책을 준비했다. 서울시는 현장 종합상황실을 운영하며 비상상황에 대비할 대응체계도 갖췄다. 붉은악마는 광장 내를 여러 구역으로 나누고, 300명의 인력을 투입했다. 거리응원전이 끝나는 시간대에는 지하철역에 사람이 몰리는 것을 대비해 안전요원이 직접 나서 동선 관리에 힘쓰기도 했다.

철저한 안전 대책 덕분인지 3차례의 거리응원에서는 단 하나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붉은악마 측은 “이번 거리응원을 통해 우리 대한민국이 대규모 인원이 모여도 사건·사고 없는 안전한 나라임을 국민들이 자부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비단 이번 거리응원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연말연시를 앞두고 다중 인파가 밀집되는 지역에도 안전 시스템을 점검하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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