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K-농업기술의 새로운 키워드 '미생물'

입력 2022-12-06 05:00 수정 2023-04-1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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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작품상 수상작으로 봉준호 감독의 'parasite'가 호명되는 순간은 동시대를 살았던 한국인들의 뇌리에 두고두고 강하게 각인이 될 것이다. 영화 기생충은 반지하로 대변되는 가난한 사람들의 고달픈 삶과 지상의 대저택에 사는 부자들의 삶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면서, 감독 특유의 디테일로 한국 사회의 빈부격차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다.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냄새'다. 영화 곳곳에서 냄새는 부자인 박 대표(이선균)와 가난한 기택(송강호) 사이에 갈등의 불씨로 등장한다. 영화의 막바지에서 빈자들 사이의 난장판 속에 칼에 찔려 죽어가는 딸을 보아야 하는 처참함 속에서도, 냄새를 참지 못해 코를 막고 자리를 피하려는 박 대표를 대하며 기택의 분노는 끝내 폭발하게 된다.

여러 차례 '냄새가 선을 넘는다'라는 박 대표의 말에 자신의 몸에 코를 들이대 보지만 정작 그 자신은 못 느끼는 기택의 냄새는 '지하철 탈 때 나는 냄새’ 혹은, '행주 삶을 때 나는 냄새'로 설명된다. 그리고 박 대표의 아들은 기택의 딸과 아내인 미술 선생님과 가사도우미에게서도 같은 냄새가 난다고 했다. 가난한 기택 가족을 둘러싼 냄새는 반지하의 퀴퀴하고 음습한 환경에서 유래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미생물이 있다.

눈에는 안 보이지만, 모든 생물은 주변을 둘러싼 미생물 군집의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이들 미생물 군집, 즉, '마이크로바이옴'이 큰 각광을 받고 있다. 장내 미생물 군집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건강한 사람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질병에 걸린 사람에게 이식하는 대변 이식은 이미 치료 방법의 하나로 보편화되고 있다.

인간의 행동 발달이나 면역 작용 조절에도 마이크로바이옴이 관여하며, 비만을 유발하거나 감정을 조절하는 마이크로바이옴도 있다고 하니 그 잠재력과 활용 가능성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각국은 마이크로바이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발 빠르게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2016년부터 오바마 정부 주도로 '국가 마이크로바이옴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정부와 민간이 4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으며,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여러 선진국도 앞다퉈 관련 사업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산업 시장 규모는 식음료의 경우 2019년 747억1000만 달러에서 2023년 1004억 달러, 헬스 케어의 경우 2019년 59억5000만 달러에서 2023년 75억5000만 달러로 비약적 성장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이크로바이옴을 미래 유망기술 분야로 선정하고 본격적으로 연구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농업에서는 작물생산, 축산, 농업환경, 농산물 안전 등 여러 분야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의 역할이 매우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농업과 관련된 마이크로바이옴의 기술 개발과 산업화를 주도하기 위한 범부처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에서 기택의 가족을 둘러싼 미생물 마이크로바이옴은 아무리 좋은 옷을 입고 상류사회를 기웃거려도 결국은 냄새라는 벽으로 그들을 가두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라는 도구로 한국 사회의 빈부 문제에 대한 비판을 통해 공감대를 끌어내고 성공을 거뒀다.

이제는 과학기술이 그 성공 신화를 이어받아야 할 때다. 반지하의 냄새는 정치, 경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영역이지만, 농업 현장에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열쇠는 미생물 마이크로바이옴이 쥐고 있을 수도 있다. 우리가 추진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사업이 세계 농업기술을 주도하는 농업계의 '기생충'으로 K-농업기술의 선두 주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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