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를 하면서 처음부터 그렇게 된 것은 아니고 오랫동안 진료를 해오면서 자연스레 그렇게 변했다. 주사를 놨으면 울어야 맛이 나지 하도 순해 울지 않고 그냥 쳐다만 보고 있으면 싱겁기까지 하다. 진찰을 할 때 자기가 하겠다며 엄마는 저리 가라는 적극적인 아이도 있고, 얌전한 아이도 있고, 대부분은 좀 울고, 간혹 가다 정말 대책 없이 난리를 치는 아이도 있다.
문제는 대책 없이 난리를 치는 아이다. 이런 아이들을 진찰할 때는 다들 달려들어 꽉 잡을 수밖에 없어 아이가 병원을 더 불편하게 느낄 수밖에 없고, 또 대부분은 약도 잘 먹지 않기에 병이 악화돼, 약으로 치료할 병도 주사로 치료해야할 경우가 많아, 더욱 병원을 무섭고 아프게 하는 곳으로 여기게 된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아이들은 크면서 정서행동 장애가 올 가능성과, 성인이 돼서도 더 불행한 삶을 살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40년 가까이 진료를 하면서 얻은 결론 하나,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은 결코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끄러우니 먹기라도 하라고 입막음용으로 주는 떡과, 예쁘고 착하니 더 먹으라고 사랑으로 주는 떡이 같을 수는 없다. 그럼 진찰할 때 아이들의 태도가 다른 것은 어디서 오는 걸까? 타고난 성격? 자라는 환경?
우리 병원 간호사의 아들들은 아주 차이가 크다. 한 명은 의사가 되겠다며 책을 들고 다니며 단어를 외우고, 한 명은 걸핏하면 등교 거부, 학교에서 말썽부리기, 동생 괴롭히기 등 부모 속을 썩인다. 다른 것은 엇비슷해 보이는데 한 명은 학교 끝나고 병원에 들러 엄마가 챙겨주는 간식을 먹고 학원에 가고, 한 명은 거친 아이들과 어울린다는 점이다. 이를 보면서 맹모삼천지교가 결코 헛말이 아님을 절감한다. “원장님, 중2병 고치는 주사 없어요?” 간호사의 하소연이다.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