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로 코로나’ 항의 시위, ‘제2의 톈안문 민주화 운동’ 될 수 없는 이유

입력 2022-12-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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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공산당 지도부 톈안먼 민주화 운동 놓고 의견 갈려
대규모 시위로 번지는 계기 돼
2022년 공산당 지도부 분열 상상할 수 없어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지난달 27일 베이징에서 백지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베이징(중국)/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지난달 27일 베이징에서 백지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베이징(중국)/로이터연합뉴스

1989년 4월 인민대회당이 있는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는 수백 명의 대학생이 평화 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한 달여 만에 들불처럼 번졌다. 학생뿐만 아니라 각계 분야의 노동자, 정부와 공산당 관계자도 시위에 참여했고, 중국 전역의 300여 개 도시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약 33년 뒤 중국 각지에서 항의 시위가 발생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에 분노한 시민들이 곳곳에 모여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는 초반 거센 저항을 보였다. 하지만 그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권력이 국민의 분노를 억누를 만큼 크고 막강했기 때문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중국 국민의 반감은 커지고 있지만, 과거 톈안먼 민주화 시위 수준의 저항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그만큼 시 주석의 국가 권력 장악력이 크고 광활하기 때문이다.

과거 1989년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민주화 시위를 바라보는 관점이 나뉘어 있었다. 이는 톈안먼 민주화 시위가 전국단위로 확대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총서기였던 자오쯔양은 학생들의 개혁 요구가 합리적으로 판단했다. 이에 학생들에게 개혁을 약속하고 시위를 평화롭게 해산시켜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리펑 총리의 생각은 달랐다. 정부가 틈을 보이면 각종 집단이 저마다 공산당에 요구하고 나설 것이며, 결과적으로 체제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도부의 의견이 갈리면서 시위에 대한 단속은 느슨해졌고, 시민들은 이를 틈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결과적으로 시위는 덩샤오핑의 무력 진압 결정으로 최소 수백 명이 사망한 유혈사태로 종지부를 찍게 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9월 30일 국경절 행사에 참석해 공산당원들에게 박수를 치고 있다. 베이징(중국)/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9월 30일 국경절 행사에 참석해 공산당원들에게 박수를 치고 있다. 베이징(중국)/신화뉴시스

2022년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분열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하다.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전부 시진핑 주석의 측근들로 채워졌고, 시 주석은 만장일치 지지로 3연임에 성공했다. 그에 대한 충성도가 부족하거나 진보적 생각을 하는 인사들은 권력 밖으로 밀려났다.

사실상 중국에서 시 주석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은 중국에 단 한 명도 없다. 그는 당내는 물론 현재 공안부를 포함한 '국가 안전위원회' 안보 수장 역할까지 하고 있으며 미디어와 군사 등 모든 것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 뒤로 시진핑 국가주석의 얼굴이 보인다. 상하이/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상하이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 뒤로 시진핑 국가주석의 얼굴이 보인다. 상하이/로이터연합뉴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다고 해서 시 주석에게 대적할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시 주석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 조직적 사회통제로 '제로 코로나'를 달성할 수 있다고 봤지만, 코로나19는 3년째 중국 내에서 재확산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시위를 의식한 듯 7일 사실상 '제로 코로나' 출구전략으로 들어가는 새로운 방역 완화 지침을 발표했다. 문제는 국민의 원성을 의식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하면서 다시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위험이 커졌다는 점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방역정책이 느슨해지면 올 겨울에만 100만 명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자국산 코로나19 백신의 예방 효과를 끌어올릴 때까지 외국산 백신을 수입, 접종률을 높여가면서 규제를 조절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라고 입을 모은다.

WSJ는 중국 당국의 코로나 방역 규제에 반발한 대규모 시위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지만, 시 주석이 앞으로 경제성장의 둔화와 사회적 긴장 고조라는 문제를 떠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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