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14년 숙원'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남은 과제는

입력 2022-12-1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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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9월 서울 서초구 KT우면연구센터에서 열린 ‘납품대금 연동제 자율추진 협약식’에서 시범운영 자율추진 협약을 추진하며 협약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벤처기업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9월 서울 서초구 KT우면연구센터에서 열린 ‘납품대금 연동제 자율추진 협약식’에서 시범운영 자율추진 협약을 추진하며 협약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계의 숙원 과제인 납품단가 연동제가 논의 14년 만에 도입된다. 업계는 대·중소기업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차있지만 일각에선 예외 조항으로 인한 부작용의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납품대금 연동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협력법) 개정안은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2008년 논의 테이블에 오른지 14년 만이다.

납품대금 연동제는 원사업자와 하청업체 간 하도급 거래 과정에서 원자재 가격이 변동할 경우 이를 납품단가에 반영하는 제도다. 개정안은 위탁기업이 수탁기업에 물품 등의 제조를 위탁할 때 주요 원재료, 조정 요건 등 연동에 관한 사항을 약정서에 기재, 수탁기업에 발급할 의무를 부과했다. 주요 원재료는 제조에 사용되는 원재료로 그 비용이 납품대금의 10% 이상이어야 한다.

중소기업계는 환영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측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하고 모두 떠안아야 하는 불합리한 거래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도입을 추진해왔지만 매번 대기업 등의 반대에 부딪혀 제도 도입이 무산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국회가 14년만에 여야 협치로 법제화에 합의한 것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에 뜻을 같이 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중소기업이 노력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는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했다.

업계는 그러나 계약 주체 쌍방이 합의하는 경우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예외사항을 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소액 계약 △단기 계약 △위탁기업이 소기업인 경우 △위탁기업과 수탁기업이 연동하지 않기로 합의한 경우 연동제를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 협상력이 약한 중소기업을 상대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연동을 하지 않기로 합의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같은 우려에 대해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갑이 다 합의됐다고 을한테 강제하는 것인데 그렇게 따지기 시작하면 영원히 상생할 수 없다"며 "그것을 독소조항으로 활용한다면 그 대기업은 나쁜 대기업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중소기업중앙회를 제외한 경제5단체(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여전히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것도 부담이다. 중소기업계는 납품단가 연동제가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정부‧대기업과 협력해 시행방안을 마련해 대·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경제구조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개정안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된다. 연동제의 개념 및 지원에 관한 사항(정의 규정·연동지원본부·우수기업 지원·표준약정서 등)은 공포일로부터 6개월 후 시행된다. 다만 연동사항 기재의무, 연동 협의의무, 탈법행위 금지 및 과태료 등 의무와 제재에 관한 사항은 공포일로부터 9개월 후에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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