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세이] 성공적인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단 한 가지 조건

입력 2022-12-11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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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8일 서울 강남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에서 열린 '제11차 국민연금 전문가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8일 서울 강남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에서 열린 '제11차 국민연금 전문가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매달 월급날만 손꼽아 기다리지만, 급여명세서를 보는 건 스트레스다. 세금에 사회보험료에, 월급이 늘어날수록 공제액도 늘어난다. 그나마 아깝지 않은 공제항목이 있다면 국민연금 정도다. 많이 낼수록 나중에 연금을 많이 받을 테니 말이다. 37년 근속의 대가로 받는 공무원연금이 주 소득원인 부모님을 보며 자라서인지 연금의 필요성을 상대적으로 일찍 깨달았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면 나만 그런 것 같다. 상당수가 연금에 불만이 많다. 보험료를 ‘받을 돈’보단 ‘떼이는 돈’으로 여긴다. 월급 조금 더 받겠다고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사례도 널렸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기사를 썼다가 장문의 항의메일을 받은 적도 있다.

이런 인식은 내년 예정된 국민연금제도 개혁에 큰 걸림돌이다. 논리적으론 보험료율이 인상돼도 가입자의 손익이 마이너스가 되기 어렵다. 설령 적립금이 소진되거나 국민연금법이 개정·폐지돼도 헌법상 소급입법 금지 원칙에 따라 이미 확보된 연금 수급권은 재산으로서 보호된다.

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모두 공감을 얻진 못한다. ‘목적의 순수성’이 의심되는 주장에는 반대가 따른다. 신뢰 문제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들이 내게, 넓게는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현실에선 많은 정책이 ‘기득권층’ 특혜로 매도된다. 특히 보수정권에서 추진하는 정책들은 부자 감세, 서민 증세, 복지 축소, 민영화 같은 프레임에 갇혔다. 아직도 그 틀을 못 깨고 있다. 정부 주도 개혁이 성공하려면 이런 불신을 해소해야 하는데, 단기간에는 불가능하다. 부정선거, 군부독재, 정경유착과 부정부패, 민주화 세력의 기득권화 등 과정에서 뿌리가 너무 깊어졌다.

결국, 국민연금 개혁이 성공하려면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논의기구에 되도록 많은 국민연금 가입자를 참여시키는 것이다.

현재 개혁 논의를 주도하는 국회와 정부에는 국민연금 가입자가 없다. 전문가도 대부분 사립학교교직원연금 가입자다. 국민연금 가입자인 양대 노동조합총연맹 대표자들은 남은 가입기간이 짧아 개혁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국회, 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인 상황에서 ‘개혁 대상’이 배제되고, ‘위에서 아래로’ 추진되는 개혁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반대로 ‘가입자들이 주도한다’는 인식만 퍼져도 동력을 얻을 수 있다. 국회 등 공식 논의기구에 가입자 참여를 늘리는 게 그 첫 걸음이다.

하다못해 언론도 보도 권고기준을 마련할 때 현장 기자들이 논의를 주도한다. 보도 당사자들이 직접 기준을 만들게 함으로써 수용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협회 등 상위단체가 만들어 내린 ‘하향식 권고기준’이나, 정부 주도 ‘관제 지침’은 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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